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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전자상가 가보니… ‘아, 옛날이여’

불경기에 한숨 느는 용산전자상가 가보니<br>휴대폰 판매 인터넷에 밀려 빈 점포 늘어나<br>특단의 대책 없으면 '용산' 브랜드 사라질판

임진년 새해가 밝았지만 용산전자상가에서는 활기를 찾아보기 힘들다. 손님의 발길이 뚝 끊긴 상가에 불황의 그림자가 길어 보인다. 양철민기자

"9년동안 휴대폰 장사를 해왔지만 지금 같은 불경기는 처음입니다."

서울 용산 아이파크몰 8층에 자리한 휴대폰 매장 주인인 김 모(40)씨는 경기가 어떻냐는 질문에 한숨부터 내쉰다. 새해를 맞았지만 용산전자상가 일대는 조 씨의 한숨처럼 적적하기만 하다.

5일 돌아본 용산 아이파크몰 내 휴대폰 매장 주위에는 고객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평일 오전 시간임을 감안하더라도 대 여섯 명의 고객만이 매장을 서성거렸다. 이 때문인지 고객을 잡기 위한 점원들간의 경쟁이 치열했다. '어떤 휴대폰 찾으세요?', '한번만 둘러보고 가세요'라는 말이 쉼 없이 들려온다. 매장에서 요금관련 상담을 하고 '조금 더 둘러보고 오겠다'라는 말을 꺼내면 분위기가 험악해지기도 했다. 요금 상담만 하고 몸을 빼기가 쉽지 않다.

김 씨는 "경기가 안 좋다 보니 손님 한 사람이라도 잡으려는 경쟁이 치열해져 상인들끼리 언성을 높이는 경우도 종종 볼 수 있다"며 "지난해 매출은 그 이전해의 절반 정도로 보고 있으며 올해는 경기가 더 나빠질 것 같아 걱정이다"고 밝혔다.

이곳 상인들의 말에 따르면 이같은 평일 유동 고객 수는 오히려 준수한 편이다. 주말에는 고객이 평일보다 없으며 이마저도 관광차 들린 외국인들이 차지하는 비율이 높아 마수걸이도 힘들다고 한다. 에스칼레이터를 타고 오르내리는 사람들도 아이파크몰 직원들이 대부분이다. 군 제대후 10년 동안 휴대폰 장사를 해왔다는 이 모(33) 씨는 "이렇게 경기가 나쁘기는 10년 만에 처음"이라며 "휴대폰 쪽 영업을 하는 주위 사람들에게 물어봐도 올해가 제일 힘든 듯하다"고 밝혔다. 가게에 들르는 손님이 있더라도 대부분 공짜폰이나 가격이 싼 제품만을 찾는다고 이 씨는 푸념했다.

용산역 뒷 편으로 가보니 사정은 더욱 심각했다. 역과 거리가 있어 접근성이 떨어지는 데다 시설도 아이파크몰보다 낙후됐기 때문. 용산역 뒤쪽에 자리한 전자상가 일대는 4곳 중 1곳이 영업을 하지 않을 정도로 썰렁하다.



용산을 떠나는 사람도 최근 들어 부쩍 늘었다. 나진상가 입구 근처에서 휴대폰을 판매하고 있는 박차환(41) 씨는 "이곳은 6년 전만해도 3억원 정도의 권리금을 내야 들어올 수 있을 정도로 장사가 잘됐지만 지금은 불경기 탓으로 권리금을 내지 않고 있다"며 "휴대폰을 한 대도 못 파는 날이 일주일에 한두 번 정도 있는 등 버티기가 점점 힘들다"고 말했다.

상인들은 불경기의 원인으로 비슷한 분석을 내놓았다. 우선 인터넷을 통한 휴대폰 구입 증가를 꼽았다. 현재 온라인에서는 '카드인증' 등의 간단한 절차만으로 다양한 휴대폰을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다. 최근 통신사들이 판촉에 열을 올리고 있는 4세대(4G)이동통신 롱텀에볼루션(LTE)폰 또한 특정 요금제에 가입하면 대부분 사이트에서 무료로 구매할 수 있다.

아이폰의 인기도 용산의 쇠퇴를 부채질했다. 상인들이 아이폰 한대를 팔면 2만원 정도의 수익만 남는다. 아이폰의 경우 에누리할 가격이 없다 보니 용산 특유의 '흥정'이 쉽지 않은 것. 국산 스마트폰의 경우 이보다 높은 마진율을 기대할 수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 때문에 휴대폰 판매업자들은 마진이 높은 국산 제품을 구입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주택가 일대에도 휴대폰 매장이 많아져 마니아 층을 제외하곤 용산을 잘 찾지 않는 것도 주원인으로 지적됐다.

한 휴대폰 매장 주인은 "'용팔이' 등 용산에 관한 부정적 이미지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입주 상가들의 이미지 개선 노력과 함께 구청이나 정부차원의 대책이 나오지 않으면 용산전자상가라는 고유 브랜드는 사라질 것"이라고 걱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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