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신 규모 500억원 이상의 38개 해운업체에 대한 은행권의 1차 구조조정이 ‘미풍’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일부 채권은행들이 이들 해운사의 1차 신용위험평가를 잠정한 결과 워크아웃(C등급)이나 퇴출(D등급)인 곳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기 때문이다. 12일 금융당국 등에 따르면 해운사에 대한 익스포저(리스크 노출도)가 큰 은행 가운데 하나인 부산은행이 5개 해운사의 1차 신용위험평가를 잠정한 결과 C~D등급은 전무한 것으로 확인됐다. 하나은행도 1차 신용위험평가 대상 3개 해운사 가운데 워크아웃 및 퇴출 대상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은행 담당 해운사는 삼호해운ㆍ성호해운ㆍ흥아해운ㆍ거영해운ㆍ쉬핑얼라이드이며 하나은행 담당 해운사는 대한해운ㆍ조광해운ㆍ국민비투멘이다. 두 은행은 이들 8개 업체에 대한 A~B등급 세분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농협ㆍ신한은행 역시 C~D등급은 거의 없을 것으로 전해졌다. 산업은행, 국민ㆍ우리은행 등은 아직 잠정안 추계가 어려운 상황이지만 분위기는 다른 은행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주요 은행들은 오는 20일 정도면 최종 평가 결과가 나올 것으로 내다봤다. 은행권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까지는 주요 해운사들 경영실적이 좋았던데다 이번 100점 만점인 신용위험평가 중 75점가량이 배점된 비재무평가에서 대부분 해운사들이 나쁘지 않았다”며 “전반적으로 (잠정평가 내용이) 나쁘지 않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은행권의 한 관계자는 “1차 평가 해운사들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회사들이라 함부로 C~D등급을 언급하기가 어려울 정도”라며 담당 해운사에 대한 A~B등급 평가 가능성을 내비쳤다. 다만 은행들은 여신 규모 500억원 미만 해운사의 2차 평가에서는 C~D등급이 속출할 것으로 내다봤다. 따라서 정부가 한국자산관리공사 등을 통해 추진하고 있는 선박펀드가 구조조정 대상 해운사의 선박을 시세 이상 가격에 사줘야 2차 해운 구조조정에 탄력을 붙는다는 게 은행권의 요청이다. 이에 따라 주요 은행장들은 15일 김종창 금융감독원장과 긴급회동을 갖고 선박펀드의 현실적인 운용 방안 등을 건의할 예정이다. 한 시중은행의 임원은 “한국자산관리공사의 선박펀드가 출범된다고 해도 선박 매입가격이 시가보다 떨어지고 심지어 채권원가의 50% 이하 수준이 될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며 “그렇게 되면 선박펀드에 참여하는 은행들은 전무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다른 시중은행의 실무자는 “자산관리공사의 선박펀드에 (담보를 잡고 있는) 배를 맡길 경우 시중금리에 버금가는 수준의 수수료까지 내야 할 것으로 보이는데 그나마도 헐값에 선박을 인수하겠다고 한다면 차라리 펀드에 참여하지 않고 은행이 자체적으로 배를 시장에 파는 게 낫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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