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존 작가와 화가 및 음악가 등 예술가들을 주인공으로 한 영화들이 잇달아 제작ㆍ개봉되고 있다. 블록버스터 영화들의 기세속에 4편의 이들 예술 영화들이 줄줄이 관객들을 맞는다. 이런 영화들은 컴퓨터 특수 효과가 넘쳐나는 물량 영화에 염증을 느끼는 성인들을 위한 대응 영화로 관심을 끌고 있다. 최근 제일 먼저 개봉된 것이 미국 영화 '고야의 유령'(Goya's Ghosts-사진). 이 영화는 18세기 스페인 궁정화가였던 고야의 삶과 종교 재판, 나폴레옹의 스페인 침공 그리고 고야의 어린 여자 모델을 탐하는 가톨릭 신부 로렌조와 고야의 대결 등을 두루뭉술하게 엮은 일종의 역사 의상극이다. 유감스럽게도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와 '아마데우스'로 오스카상을 두 번이나 탄 밀로시 포만 감독의 영화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만큼 허술하고 어지럽다. 고야역은 스웨덴 배우 스텔란 스카스가드가 맡았다. 이어 개봉된 프랑스 영화 '몰리에르'(Moliere)는 17세기 프랑스의 희극작가 몰리에를 모르는 사람들에게 조차 즐겁고 재미있을, 달콤 씁쓰름한 드라마다. 이 영화는 역사적으로 뚜렷치 않은 몰리에르(로맹 뒤리)의 젊은 시절을 상상속 극화한 것으로 비극 작가가 되기를 원했던 그가 어떻게 희극의 대가가 되었는지를 묘사하고 있다. 뒤 이어 지난 3일에는 18세기 영국의 여류작가 제인 오스틴의 젊은 시절을 그린 '제인 되기'(Becoming Jane)가 개봉됐다. 대표작 '감성과 지성'과 '오만과 편견'으로 잘 알려진 오스틴의 20세 때 사랑을 그린 영화로 오스틴역은 앤 해사웨이('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가 맡았다. 오스틴이 현대적 감각을 지닌 멋쟁이 아일랜드 남자 탐 르프로이를 만나 그를 사랑하게 되면서 이 사랑이 오스틴의 작품에 어떤 영향을 주었나를 상상해 이야기했다. 그러나 아쉽게도 잘 만든 영화는 아니다. 오는 31일에는 화사하고 관능적인 초상화들을 많이 그리면서 19세기 말~20세기 초 유럽 미술계에 혁신을 가져온 오스트리아 화가 구스타프 클림트의 삶을 그린 '클림트'(Klimt)가 개봉된다. 칠레의 라울 루이스가 감독하고 존 말코비치가 주연하는데 초 현실적 연출 수법의 환상적 영화다. 현재 촬영이 진행 중인 예술가들에 관한 영화로는 먼저 관현악곡 '4계'로 유명한 이탈리아 작곡가 안토니오 비발디에 관한 자전적 작품 '비발디'(Vivaldi)가 있다. 베니스와 비엔나에서 촬영을 하고 있는 이 영화는 1700년 작곡가이자 신부인 비발디의 젊은 시절의 이야기다. 과격한 비발디가 베니스의 고급 창녀들의 버려진 딸들을 위한 학교의 음악선생으로 취임하면서 일어나는 얘기로 비발디 역은 '사랑에 빠진 셰익스피어'에 나온 조셉 화인즈가 맡았다. 스페인의 초현실주의 화가 살바도르 달리에 관한 자전적 영화 '달리와 나: 초현실적 이야기'(Dali & I: The Surreal Story)의 촬영도 지난 달 뉴욕에서 시작됐다. 알 파치노가 달리로 나오는데 달리가 극도로 초현실적 방향으로 나갈 때인 그의 생애 후반기를 다루게 된다. /한국일보 미주본사 편집위원ㆍ할리우드 외신기자협회원 hjpark@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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