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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희 BC카드 수장, 재무통·관리 능력 탁월해
신응환 NH농협금융 사장, 방만한 내부 문제 해결사로
남승우 농협銀 CISO, 전산부문·정보보호 베테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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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정성 중시 日경영 문화 주입
철저한 통제로 조직 추스르기
삼성이란 조직을 군대에 비유하면, 보병사단과 가깝다는 평가가 많다. 그만큼 일사불란한 질서와 군기가 잡혀 있다. 설령 결과가 좋더라도 무모하거나 비정상적인 방법을 동원하는 것을 꺼린다.
규범적이고 합리적인 일 처리를 생명처럼 여기기에 프로세스에 누수가 별로 없다. 금융 업종에서 삼성과 가장 비슷한 DNA를 보유한 곳이 바로 신한금융이다.
재일동포 주주들이 경영에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기 때문인지, 신한금융에는 규율과 안정성을 중시하는 문화가 배어 있다. 때문에 내부 혁신과 관리가 흐트러져 생긴 문제가 드물다.
신용평가사 직원에게 고객 정보가 털린 여타 금융회사와 달리 철저한 통제로 위기를 비껴간 데서도 이는 잘 드러난다. 기업 경영 전문가들은 이를 '시스템 경영'이라 한다.
공교롭게도 두 그룹 모두 일본식 경영 문화가 뿌리 깊게 주입돼 있다. 일본식 경영을 시스템과 직결하는 것은 무리가 있을 수 있지만 적어도 대형 사고를 미연에 막고 사람이 아니라 조직의 힘으로 위기를 극복해내는 체질적 힘을 갖고 있다.
18일 금융계에 따르면 이런 기질과 특성을 갖춘 삼성맨과 신한맨 들이 유수의 금융사로부터 줄지어 러브콜을 받고 있다.
숱한 금융사들이 실적 악화를 비롯해 정보 유출과 각종 비리 사건 등으로 홍역을 치르는 가운데 뒷수습을 위해 삼성과 신한 출신 인재를 기용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는 삼성과 신한에서 배운 프로세스 및 리스크 관리 노하우를 적극 수혈해 조직을 단단하게 만들려는 의도가 담겨 있다.
삼성생명 전무, 삼성증권 부사장, 에스원 사장 등을 거쳐 BC카드 수장으로 자리를 옮기는 서준희 내정자가 대표적이다. 서 내정자는 지난 1979년 제일제당에 입사한 뒤 삼성그룹 비서실에서 근무한 재무통으로 같은 삼성 출신 황창규 KT 회장이 그를 적극 추천했다는 후문이다. 황 회장으로서는 금융사의 경영난이 가중되는 시기에 삼성에서 익힌 조직 관리 능력이라면 믿을 수 있다는 판단을 했을 것으로 보인다.
한 카드사의 고위 관계자는 "(서 내정자는) 아이디어와 금융 관련 업무 경험이 풍부하고 보스 기질도 강하다"며 "특히 삼성에서 사장, 부사장까지 올라간 사람이라면 삼성그룹에서 투자를 많이 했을 것이고 그만큼 준비된 인물로 봤을 것"이라고 말했다.
메리츠금융그룹 역시 메리츠화재와 메리츠종금 사장에 각각 남재호 전 삼성화재 부사장과 김용범 전 삼성증권 본부장을 앉혔다.
양사는 지난해 저금리 속에서 두드러진 실적을 냈다. 메리츠화재는 메이저 5개 손보사 가운데 유일하게 전년 대비 순이익이 30%가량 성장했다.
주마가편의 심정으로 삼성에서 검증된 경영진을 영입한 셈이다. 특히 남 사장은 1983년 삼성화재의 전신인 안국화재보험에 입사한 후 줄곧 삼성에 몸담은 전형적인 삼성맨으로 꼽힌다. 그룹 내부에서 그만큼 기대가 남다르다. 메리츠금융의 한 관계자는 "업계 내 최고 인재를 등용한 만큼 그룹 도약을 위한 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NH농협금융도 외부 인재 등용에 적극적이다.
최근 농협은행의 카드사업 총괄사장으로 신응환 삼성카드 부사장을 영입한 것이 단연 눈에 띈다. 신임 신 사장은 삼성에서 잔뼈가 굵은 전문 경영인이라는 점에서 이완되고 방만한 농협 내부의 문제점을 손보기 위한 임종룡 NH농협지주 회장의 용인술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농협은행은 아울러 신설된 정보보안본부를 총괄하는 부행장 겸 정보보호최고책임자(CISO)에 남승우 전 신한카드 IT본부장을 발탁했다. 농협의 고질적인 아킬레스건으로 꼽히는 전산 부문 전문가로 신한맨을 기용한 것이다. 신임 남 부행장은 신한카드에서 정보관리최고책임자(CIO)와 CISO를 담당하며 전산 및 정보 보호 관리력을 인정받은 베테랑이다.
앞서 저축은행업계에서도 신한 출신을 대거 영입해 한때 신한 바람이 불기도 했다. 경영 리스크 관리 측면에서 신한만의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다는 얘기다.
금융계의 한 고위 인사는 "금융의 속성상 창의적이기보다는 치밀한 관리를 통한 신뢰 구축이 우선"이라며 "그런 관점에서 보면 치밀하고 합리적이며 규범적 성향이 농후한 조직 문화에서 길러진 인재에 대한 선호도가 높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요즘처럼 다사다난한 시기라면 그런 인재를 더 쓸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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