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당국이 지난 15일 발표한 추가 금융규제가 20일 시행되고 지난주 중단됐던 주택담보대출도 이날부터 재개되면서 은행권은 실수요, 투기성 수요를 구분하는 데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대출 상담이 지난주에 이뤄져 이날 은행 대출 창구는 비교적 한산했다. 은행들은 이번 대출 규제가 무엇보다 투기성 대출수요 억제에 목적을 두고 있는 만큼 실수요자 위주로 대출을 하기 위해 고심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신한은행의 경우 주택담보대출의 경우 반드시 본점 승인을 거치도록 해 매매잔금을 내는 등 실수요자 위주로 대출을 해준다는 방침을 세웠다. 다만 집이 두 채 이상 있는 투기성 주택구입과 관련된 자금의 대출은 제한하되 타행 대출 대환 및 가수요, 긴급하지 않은 자금 등은 다음달로 미뤄줄 것을 고객들에게 안내했다. 신한은행 측은 “매매계약서나 전세계약서 등을 첨부하도록 하고 있다”면서 “생활자금을 목적으로 한 5,000만원 이내의 수요자나 신규 주택구입 목적의 실수요자들에게는 차질 없이 대출을 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은행들이 투기성 자금을 억제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하지만 국세청이 아닌 이상 다주택 소유 여부를 명확하게 구별할 수 없기 때문에 실제로 투기성 여부를 구별하는 것은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번 추가 금융규제 중 대출 억제 효과가 가장 큰 투기지역 내 6억원 초과 아파트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담보인정비율(LTV) 예외규정 폐지는 실수요자로 위장한 투기수요에 자금 공급을 막기 위해 금융감독당국이 취한 조치다. 감독당국은 이를 통해 연간 3조원 가량의 대출 억제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한편 이날 은행 영업 창구는 주택담보대출이 재개됐지만 비교적 차분한 분위기를 보였다. 대부분의 실수요자들이 종전 규정대로 주택담보대출을 받기 위해 지난주까지 대출 상담 및 신청을 했기 때문이다. 신한은행 강동지역 영업점 관계자는 “17일부터 주택담보대출을 받으려는 고객들의 신청이 뚝 끊겼다”면서 “대출을 받으려는 사람들은 대책 발표 이전에 이미 대부분 받았다”고 말했다. 국민은행 창동지점 관계자도 “오전에 고객 몇명이 찾아오는 정도로 평상시와 크게 다르지 않다”며 “실수요자는 대출에 전혀 문제가 없고 사용처가 불분명한 일부 고객들에 대해서는 대출을 다음달 이후로 미뤄달라고 당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나은행 관계자도 “강화된 규제가 적용된 첫날이라 창구가 지난주처럼 북적이지는 않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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