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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화(Anger)
입력2003-03-24 00:00:00
수정
2003.03.24 00:00:00
■화(Anger) 틱낫한 지음/ 명진출판 펴냄
마음의 평화를 얻는 지혜
우리는 하루에도 여러 차례 아니 많게는 수 십번씩 감정의 굴곡을 경험한다. 종합상사의 CEO로서 필연적으로 매일 수많은 사람들과 만나고, 그러면서 그들과의 크고 작은 숱한 마찰을 피할 수도 없다.
누구나 한번쯤은 일상의 굴레에서 벗어나기를 바라지만, 결국은 비껴가기 보다는 현명하게 대처하는 방법을 찾아가는 것으로 결론을 맺곤 한다.
최근에 가까운 친구로부터 “자네 속 시원히 화 풀어 봤나?”는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 물론 나도 모르는 사이에 화도 내고, 짜증도 부린 적이 꽤 있었겠지만, `어떻게?`라는 방법을 떠올리니 마땅한 방법을 가지고 있었을까라는 의문이 든다.
우연한 기회에 접하게 된 이 책은 `화`를 소재로 다루었지만, 직접적인 `화`를 경험하면서도 서로의 감정을 다치지 않고 마음의 평화를 얻는 지혜를 조심스레 짚어준다.
우리는 흔히 `화``분노`를 연상하면서 동시에 불쾌하고, 부정적인 것으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 웬만하면 피해가고 싶고, 겪지 않았으면 하는 감정인 것이다. 또한 화가 났다면 아주 쉽게, 빨리 어떻게든 결론부터 내 버리려고 한다.
그러나 저자는 우리의 마음을 `밭`에 비유하고 여러 종류의 감정들을 `긍정`과 `부정`의 씨앗으로 이야기한다. 결국 감정의 높낮이를 조절하고, 선택하는 것은 우리 각자의 몫이며, 어떤 씨앗을 선택하여 물을 주고 꽃을 피울 것인가도 자신의 의지에 달렸다는 것이다. 재촉하기보다는 한 걸음 물러서서 관망할 줄 알고, 목청을 돋우고 인상쓰기보다는 말을 아끼고 자신을 낮추어보자는 것이다.
혹여 `그러면 나더러 성인군자 되라는 말이냐?`고 반문할 수도 있겠으나, 화를 처리하는 방법은 어디까지나 자신의 마음에 달린 것이고, 결국 마음의 안정도 마음먹기 나름이라는 평범한 진리에서 비롯된다는 생각을 한다.
거울 속의 나를 들여다본다. 그 안의 나는 어떤 모습으로 존재하는가. 때로는 무표정으로, 때로는 천진난만한 아이의 웃음으로도 비춰지지만, 전자보다는 후자의 편이 길지 않은 인생여정에 활력소가 될 것임은 자명한 이치가 아닌가.
진심으로 내 마음과 대화하고, 상대방의 마음을 이해하고, 작은 동요에 쉽게 부화뇌동하지 않고, 내 앞에 보이는 그 자체를 여과 없이 받아들일 수 있다면, 그 안에 진정으로 인생을 음미하는 또 다른 즐거움이 있지는 않을까 생각해본다.
출근길 집을 나서면서, 하루 일과를 마무리하고 잠자리에 드는 그 순간까지 진심을 담아내는 질그릇이 되기 위해 나 자신을 갈고 닦는 지혜가 무엇보다도 필요할 때다. 특히, 나는 주말이나 휴일이면 `산`을 찾는다. 산행을 통해 땀을 흘리면서 내 자신과의 대화를 하는 것도 결국 마음을 씨앗을 걸러내고 평정을 갖기 위한 길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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