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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음 돌아오면 입술만 타요" ■ 파업 후유증 앓는 현대차 협력업체들파업기간중 일감확보 못해 돈가뭄 극심 1차협력업체서 융통받아 부도 위기 넘긴 2차업체 340여개사중 40여곳 그쳐 울산=곽경호 기자 kkh1108@sed.co.kr “현대차 파업의 후유증은 고스란히 우리 같은 영세 협력업체들의 고통으로 옥죄어들고 있습니다.” 현대자동차 노사가 올 임금협상 타결 조인식을 가진 지난 10일. 현대차 협력업체 사장들은 모기업의 노사협상이 타결된 기쁨보다는 당장 눈앞에 닥친 어음결제 문제로 입술이 새까맣게 타들어가는 심정을 토로했다. 현대차 파업은 끝났지만 상당수 협력업체는 파업기간 중 거의 일감을 얻지 못한 탓에 자금줄이 꽉 막혀버렸다. 이 때문에 이달치 종업원 급여 지급은 고사하고 매일 돌아오는 어음 막기에도 버거운 상황이다. 6월 말부터 40여일간 계속된 현대차 노조 파업으로 총 4,677개에 달하는 협력업체들은 평소의 30~40%밖에 공장을 돌리지 못해 엄청난 자금난에 봉착해 있다. 특히 1차 협력업체들에 비해 규모나 자금력에서 훨씬 영세한 3,300개의 2, 3차 협력업체 사장들은 요즘 돈을 빌릴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찾아 헤매면서 절박한 심정으로 하루하루를 견뎌내고 있다. 현대차에 차량 내장재를 납품, 연 150억원의 매출을 올리던 2차 협력업체 C산업의 임모(52) 사장. 그는 평소 거래하던 현대차 1차 협력업체 N사에서 최근 어렵사리 받은 당좌수표 한 장을 손에 쥐고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임 사장은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N사에 자금지원을 요청했다가 평소의 신용 덕에 4억5,000만원을 전도자금(선급금)으로 받게 됐다. 임 사장은 “노조 파업으로 하루 500억~600억원의 생산손실이 발생해도 노조는 눈도 꿈적하지 않았지만 하루치 손실금액으로 100여개 협력업체들의 목숨이 왔다갔다한다”며 “이 돈으로 당장 눈앞에 닥친 어음을 막고 남는 돈은 이달치 직원 급여를 줄 수 있다는 안도감에 눈물이 났다”고 털어놓았다. C산업은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이다. 울산 지역의 경우 전체 340개 2차 협력업체 중 C사처럼 1차 협력업체에서 전도자금을 융통해 우선 부도위기를 넘긴 업체는 불과 40여개사에 그친다. 차량용 범퍼를 제조하는 2차 협력업체 D사의 정모 사장은 지난달부터 은행 수십여 군데를 돌아다니며 운전자금 3억원을 요청했지만 담보를 요구해 포기했다. 그는 사채시장에도 손을 내밀었으나 이마저 현대차 2차 납품업체여서 거절당했다. J사장은 하는 수 없이 납품처인 1차 협력업체 측에 이달 초 전도자금을 요청해놓았지만 1차 업체도 심각한 자금난을 겪고 있어 아직 해결이 되지는 못했다. 정 사장은 “직원 20명에게 지난달부터 월급도 제대로 주지 못했다”며 “이달 말까지 자금을 구하지 못하면 모든걸 포기해야 할 판”이라고 말했다. 자동차 고무 패킹류를 생산하는 J산업의 배모(57) 사장도 2억원의 운전자금을 빌리느라 6월 말부터 40여일 동안 금융권은 물론 친척집까지 안 다녀본 데가 없다. 배 사장은 직원들의 두달치 임금과 자재대금을 지급해야 하지만 아직 마련하지 못했다. 배 사장은 “노조 파업으로 한달 넘게 평소 물량의 30%도 생산해내지 못했으니 회사가 부도 일보 직전에 놓인 건 당연하다”고 한숨을 쉬었다. 그가 운영하는 회사는 월매출 2억원 정도였지만 현대차 파업으로 한달 보름여 동안 매출액이 5,000만원 수준으로 곤두박질쳤다. 배 사장은 “우리 같은 영세 협력업체들은 납품대금을 받지 못하면 하루도 견디기 어렵다“며 “영세한 2차 협력업체 대부분이 우선 이달 말 직원급여조차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지만 돈 구할 데가 없다”고 허탈해했다. 입력시간 : 2006/08/17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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