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은 11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세계개발자콘퍼런스(WWDC) 2012를 개막했다. 애플의 정신적 지주였던 잡스 사후 처음 열린 연례 개발자 회의라는 점에서 수 많은 국내 정보기술(IT)관계자들과 블로거들이 온라인으로 지켜봤다. 그러나 차세대 아이폰 등 모바일 신제품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었다는 점에서 실망스럽다는 반응도 적지 않았다.
첫 번째 기조 연설자는 최고경영자(CEO)인 팀 쿡이 아니라 음성인식 기능인'시리'였다. 시리는 팀 쿡을 소개하기에 앞서 개발자들에게 각종 농담을 던지며 분위기를 띄우는 역할을 했다. 특히 경쟁사인 삼성전자를 직접 겨냥하며 신경전을 벌였다. 시리는"나는 삼성의 새로운 제품들에 대해 기대가 크다. 물론 휴대폰이 아닌 냉장고다"라고 말했다.
이날 행사의 주인공은 모바일 운영체제(OS) iOS6였다. iOS6에는 기존 보다 한층 업그레이드 된 다양한 기능이 탑재됐다. 공개된 기능은 10개 남짓이지만 새롭게 추가되는 기능은 총 200가지에 이른다.
우선 iOS6는 기존에 사용하던 구글 지도를 버리고 애플이 직접 만든 자체 3D 지도로 교체했다. 3D 지도인 플라이 오버는 실제 도시를 내려다 보듯 선명히 재현됐다. 확대하거나 줄여도 그림이나 문자가 변형되지 않는다. 실시간 교통 정보와 내비게이션 기능도 갖췄다.
또 음성인식 기능'시리(Siri)'가 지원하는 언어도 늘었다. 그 동안 시리는 영어, 프랑스어, 독일어, 일본어만 가능했지만 iOS6에서는 한국어를 비롯해 스페인어, 이탈리아어, 만다린(표준 중국어), 광둥어 등을 지원한다.
시리는 또 최신 스포츠 뉴스 등 단순 대화를 넘어선 생활 정보까지 제공한다. 영화, 레스토랑 예약 등 생활 정보를 보다 세밀하게 검색할 수 있고 시리를 통해 애플리케이션도 실행할 수 있다. iOS6는 특히 무료 영상통화 서비스인 페이스타임을 3G를 통해서 이용할 수 있게 한다. 페이스타임은 그 동안 와이파이(WiFi)에서만 가능했다. 최근 국내시장에서 카카오톡을 통해 불거진 망 중립 논란이 더욱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iOS6는 트위터에 이어 페이스북을 통합했다. 앱을 구동하지 않고도 카메라로 촬영된 사진을 바로 페이스북에 올릴 수 있으며 애플 지도로 자신의 위치를 포스팅할 수도 있다. iOS6는 영화 티켓과 쿠폰, 멤버십 카드 등을 넣어 전자지갑처럼 관리할 수 있는 패스 북이라는 앱도 탑재했다. iOS6는 올 가을부터 사용할 수 있으며 아이폰3GS를 비롯해 아이폰4, 아이폰4S, 아이패드2, 뉴아이패드, 4세대 아이팟터치에 설치할 수 있다.
한편 애플은 이날 해상도가 대폭 강화된 차세대 노트북인 맥북 에어와 맥북 프로를 공개했다. 필립 실러 수석 부사장은 "맥북 에어가 차세대 인텔 코어 프로세서를 장착해 그래픽 속도가 60%나 빨라졌다"며 "맥북 프로는 고해상도를 가진 레티나 디스플레이를 채용해 기존 모델에 비해 해상도가 4배나 높아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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