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같은 분야에서 내로라하는 전문가들이었기 때문일까. '서울포럼 2015' 둘째날인 28일 세션3 바이오 부문에서 강연한 4명의 연사들은 국적과 성별·나이도 천차만별이었지만 '바이오'라는 주제로 하나가 됐다. 한 명씩 독립해서 진행된 강연이었지만 니나 탠던 에피본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는 쉬신 BGI차이나 원장을, 쉬 원장은 조광현 KAIST 석과교수를, 조 교수는 심은보 강원대 교수를 언급하며 강연을 이어나갔다.
◇"BT-IT 융합은 경제성장의 강력한 새 엔진 될 것"=이날 네 명의 연사들은 생명공학(BT)와 정보기술(IT)이 융합하면 경제성장의 강력한 새 엔진이 될 것이라고 이구동성으로 자신했다. 가장 먼저 연단에 오른 탠던 CEO는 "사람들의 기대수명이 늘어나면서 의료 및 바이오 산업에 대한 수요는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BT와 IT의 융합으로 새 길이 열리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산업혁명 시즌1이 기계에 의한 것이라면 시즌2는 정보에 의한 것"이라며 "시즌3는 BT와 IT가 융합한 것에서 나올 것"이라고 자신했다.
조 교수도 "세계적 기업 구글의 벤처 포트폴리오를 보면 건강과 라이프 스타일 투자가 가장 높다"고 운을 뗐다. 돈벌이에 있어 누구보다 발 빠른 구글이 바이오 산업 투자를 늘린다는 것은 그만큼 관련 산업이 유망하다는 뜻이다. 그는 "BT와 IT의 융합으로 환자별 맞춤형 치료가 가능하고 새로운 화장품도 개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심 교수도 "현재는 의사가 환자의 상태를 진단하고 처방을 내리지만 앞으로는 컴퓨터 시뮬레이션이 이를 대체하는 모델이 확산될 것"이라며 "관련 서비스가 향후 10년간 굉장히 활발해질 것으로 본다"고 평가했다.
◇"수년 내 사전에서 '암'이라는 단어 사라질 것"=이날 연사들은 BT와 IT의 융합 중에서도 각자 전공 분야에 대해 자세하고 깊이 있는 설명을 이어갔다. 쉬 원장은 "빅데이터를 이용한 의학기술이 발전하면서 수년 내에 사전에서 '암'이라는 단어가 사라질 것"이라고 단언했다. 암은 10여년 이상의 잠복기를 거친 후 발견된다. 하지만 빅데이터로 암에 걸린 사람의 과거 10년간의 생체현상 추이를 분석하고 이를 데이터베이스화하면 잠재적 암 환자를 조기에 발견할 수 있고 결국 암도 정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심 교수는 컴퓨터 시뮬레이션과 의학의 융합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수십 년 전 자동차 회사는 차를 만들 때 직접 충돌도 해보고 좌석에 앉힌 인형이 받는 타격 등을 가늠하는 실험을 해 자동차를 만들었다. 의학도 지금까지는 환자에게 약을 직접 투여해보고 반응을 살피는 수준이었다"고 연설을 시작했다. 그는 "하지만 컴퓨터 시뮬레이션과 의학이 녹아들며 새 길이 열렸다"고 지적했다. 환자에게 약을 투여해 결과를 지켜보는 과정이 대폭 줄어들고 치료율도 획기적으로 높아질 것이라는 이야기다.
세계 최초로 세포를 추출해 몸 밖에서 뼈를 만드는 데 성공한 탠던 CEO도 "레고 조형물이 망가지면 다른 조형물을 만들어 보완하는 것처럼 몸에서 아픈 부분을 외부에서 재생시켜 치유하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조 교수는 "지금까지 우리 바이오 산업은 자동차로 치면 엔진·핸들 등 개개 세포의 역할은 이해했지만 전체 시스템상에서 세포들이 어떻게 움직이는지는 알지 못했다"며 "하지만 IT를 융합하며 전체 속에서 세포들의 움직임을 파악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헌혈도 처음에는 극심한 반발에 부딪혀…고정관념을 깨라"=이 같은 새로운 형태의 혁명에 올라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탠던 CEO는 근본적으로 우리의 생각 자체를 바꿔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헌혈이 처음 실시됐을 때, 전화가 처음 나왔을 때 사람들은 극심한 거부감을 보였지만 지금은 인류에게 꼭 필요한 것이 됐다"며 "바이오 분야는 건축·패션 등 수만 가지 분야와 융합하면 엄청난 부를 창출할 수 있다. 문제는 기존의 고정관념을 깨는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미국은 올해 초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직접 브리핑을 통해 수억달러의 예산을 바이오와 IT 융합에 투자한다고 발표했다"며 한국도 서둘러야 한다고 덧붙였다.
조 교수 역시 "생물학과 바이오·IT는 지금까지 다른 언어를 사용한 것과 같았다"고 비유했다. 마치 다른 언어를 쓰는 다른 나라 사람들의 관계와 비슷했다는 것이다. 그는 "하지만 깊은 융합, 각 영역의 장벽을 넘어서는 융합이 이뤄진다면 지금까지 이뤄낼 수 없었던 새로운 형태의 산업이 탄생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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