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서민·취약계층에 대한 금융지원을 확대하기로 한 것은 한 번 신용불량자로 낙인 찍히면 제도권 금융으로 편입되는 데 5년 이상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다. 이를 위해 우선 성실히 빚을 상환하는 사람에게는 신용카드 발급의 길을 열어주는 등 확실한 인센티브를 부여해 자활 의지를 높이기로 했다. 아울러 주거 및 고용복지를 연계해 취약계층에 실질적인 혜택이 돌아가는 방안을 마련한 것도 종전 대책보다 진일보한 것으로 평가된다.
◇성실 상환자 재활 속도 높인다=채무조정 프로그램에 따라 2년간 빚을 꼬박 상환해온 사람 등을 대상으로 월 50만원 한도로 신용카드를 발급하도록 한 조치가 단연 눈에 띈다. 소액이지만 후불교통카드 기능을 포함해 각종 할인 서비스와 포인트 적립도 가능하다. 다만 채무 유발을 방지하는 차원에서 현금 서비스 기능은 뺐다.
소액대출 지원 대상도 넓혔다. 그간 신용회복위원회와 국민행복기금은 1년 이상 빚을 갚아온 사람에 한해서만 최대 1,000만원을 대출해줬다. 그러나 상반기 중으로 9개월 이상 성실히 채무를 상환한 사람들도 300만원까지 생활자금을 빌릴 수 있다. 정부는 미소금융대출을 성실히 상환하고 있는 사람을 대상으로 재산형성을 돕는 저축상품도 내놓는다.
이용자가 일정금액을 저축하면 미소금융재단이 그 금액의 6배에 해당하는 돈을 통장에 입금, 만기 시 고객이 이자를 갖는 방식이다. 지원 금액은 월 최대 30만원이며 적금금리는 4%대의 우대금리가 제공된다.
채무조정 부활 요건도 완화했다. 현재는 3개월 이상 빚을 연체할 경우 채무조정에서 탈락되는데 다시 채무조정을 받으려면 연체 기간 동안 분할상환금과 연체이자를 다 내야 한다. 그러나 앞으로는 연체금액의 3분의1만 상환하면 채무조정 대상자로 복귀할 수 있다.
◇주거·고용 연계한다=취약계층의 주거비용을 줄이고 취업 초기 제도권 금융의 공백을 메우기 위한 방안도 마련됐다. 우선 오는 3월부터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임대주택 거주자 등을 대상으로 2.5% 금리로 최대 1,000만원까지 임차보증금을 지원한다. 만기는 2년이지만 추가 연장이 가능하다.
차상위계층 이하의 취업 초기 청년층을 위한 상품도 나온다. 고용노동부의 취업 성공 패키지를 통해 일자리를 구한 사람은 취업 즉시 연간 5.5%의 금리로 300만원까지 생활자금을 지원 받을 수 있다. 일반은행의 경우 취업 후 6개월이 지나야 대출이 되고 햇살론과 새희망홀씨 등 정부 지원 대출 역시 사업장에서 3개월 이상 근무해야 한다. 그만큼 초기 취업자의 금융 공백 해소에 도움을 줄 것으로 금융위는 기대하고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과도한 주거비용을 줄이고 취업 초기 제도권 금융을 이용하기 어렵다는 점을 반영해 정책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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