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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中·日 바둑영웅전] 모조리 악수가 되다 제3보(31~45) 백의 포위망은 허술하기 짝이 없다. 그러나 막상 탈출하자니 의외로 만만치가 않다. 급한 대로 31로 뛰었지만 백32로 가로막자 그 다음의 행마가 무척 어렵다. 흑33으로 반발하자 백은 기다렸다는 듯이 34로 집어넣는다. 일단 흑이 걸려들었다. 송태곤은 여기서 아낌없이 시간을 쓰며 고심했다. 그냥은 포위망이 돌파되지 않는다. 패가 나는데 팻감이 전혀 없다. 정면돌파는 어차피 어렵다. 그렇다면 측면돌파를 연구해야 하는데…. 고심하던 송태곤은 참고도의 흑1이라는 타협책을 생각해냈다. 백은 필시 2로 받을 것이고 그때 3으로 밀고나가면 어떻게든 탈출이 가능할 것 같다. 그러나 중앙을 백2로 얻어맞는다는 사실이 마음에 걸렸다. 어쩐지 김승준 선배의 권도에 굴복하는 코스 같은 느낌이다. 다시 고민에 잠긴 송태곤. 마침내 가장 강경한 대응책을 연구해냈다. 팻감을 마련해 가지고 정면돌파를 강행한다는 것. 흑37 이하 41은 이른바 팻감만들기의 수순. 그리고 43으로 몬 것은 예정 코스. 팻감은 딱 하나면 되는데 흑가가 절대선수니 패를 겁낼 필요가 없다. 그런데…. 김승준은 패를 내지 않고 44로 꽉이어버리는 것이 아닌가. 이렇게 되고 보니 흑35 이하 41은 모조리 악수로 변하고 말았다. 흑의 작전실패였다. /노승일ㆍ바둑평론가 입력시간 : 2005-01-11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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