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등 유럽연합(EU)이 재정 및 금융위기 심화를 막기 위해 투기적 거래와의 전쟁을 선언했다. 우리나라도 유럽 재정위기 확산 방지를 위해 급격한 자본유출입에 대한 적절한 규제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특히 정부는 국내 은행과의 외화 핫라인을 다시 가동해 외화차환율 등을 일일 점검하고 상황이 악화되면 시장상황에 맞는 필요한 조치를 취할 방침이다. 독일은 18일(현지시간) 공매도(naked short-selling)를 금지한다고 전격 발표했다. 금지 대상은 유로화 표시 국채에 대한 공매도 및 신용부도스와프(CDS) 거래, 독일의 10개 은행 및 보험회사 주식에 대한 공매도 등으로 내년 3월 말까지 한시적으로 시행될 예정이다. 공매도는 주식이나 채권 현물을 보유하지 않은 채 먼저 매도주문을 내고 나중에 현물을 매입, 이를 되팔아 시세차익을 거두는 투자기법이다. 공매도는 주식 및 채권시장이 약세를 보일 때 하락폭을 더 키우는 역할을 한다. 독일이 전격적인 공매도 금지를 선언한 것도 헤지가 아닌 투기적 수요로 유로화 급락 등 금융시장 불안이 야기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지난 7일 "이 싸움은 정치권과 시장(투기)와의 싸움"이라며 투기세력과의 전쟁을 선언했다. 독일 정부의 한 관계자는 "공매도 금지기간을 연장하고 적용 대상도 모든 독일 기업의 주식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며 규제수위를 높이겠다는 방침을 시사했다. 그러나 이번 조치로 헤지거래도 어려워지면서 투자위험이 높아져 국채 발행금리가 상승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 뉴욕증시는 18일 1% 이상 하락했고 유로화는 유로당 1.22달러까지 떨어져 4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EU는 이날 헤지펀드 및 사모펀드 규제방안에 전격 합의했다. EU 회원국들은 이날 열린 재무장관회의에서 이 같은 규제에 강력히 반발해온 영국을 설득해 헤지펀드 규제법안 초안을 통과시켰다. 우리 정부도 남유럽 위기가 전이될 가능성에 대비해 가장 취약한 부분인 단기자금유출입 등에 대한 대책을 준비하고 있다. 우선 국내 은행의 차환동향ㆍ차입선 등은 물론 주식ㆍ채권시장의 외국인 자금 유출입을 모니터링하고 차입금리와 외화유동성 비율 등도 매일 점검한다. 또 단기 차입금의 원인인 은행의 선물환거래를 제한하는 것을 검토하는 한편 글로벌 금융안전망 구축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한편 시장은 이날 유럽의 재정 위기감이 지속되면서 다시 한번 휘청거렸다.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13.16포인트(0.80%) 하락한 1,630.08포인트로 마감했다. 서울외환시장에서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도 18원50전이나 치솟으면서 1,165원10전에 장을 마쳤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