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이젠 UX 활용해 IT신제품 만든다

기술·디자인으론 차별화 힘들어 애플처럼 특유의 생태계로<br>만족스런 가치 주는 연구 박차… 삼성·LG전자 등 전담 인력 늘려


필립스의 '웨이크업라이트(Wakeup light)'는 이름 그대로 아침에 잠을 깨워주는 조명기구다. 알람 시간에 맞춰 서서히 조명이 밝아지면서 음악까지 틀어줘 기분 좋은 아침을 맞이하게 도와준다. '아침에 일어나는 경험'이 조명기구 하나로 확 바뀐 것. 애플이 아이폰으로 이전까지의 '휴대전화를 쓰는 행위'를 전혀 새로운 경험으로 변화시킨 것과 마찬가지다.

이처럼 새로운 기술이나 디자인을 넘어선 '사용자경험(UXㆍUser experience)'에 주목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가전ㆍ모바일 기기 제조사, NHN 등 포털사에선 이미 100~200명 가량의 UX 인력이 활동중이다. 삼성SDS나 LG CNS 같은 정보기술(IT)서비스 업체와 SK플래닛, KT, LG유플러스 등에도 수십명 규모의 UX 조직이 운영되고 있다.

구체적인 조직 규모 등은 비공개지만 업체 관계자들은 "관련 인력의 채용이 느는 추세"라고 입을 모았다. 이들 기업은 2, 3년 전부터 UX에 주목하고 이제 상당한 규모의 UX 전담 인력을 갖췄다. '이노UX'나 '엑스프라임'처럼 UX 컨설팅을 전문으로 하는 기업들도 생겨났다.

UX의 정의는 사람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사용자에게 어떤 가치를 줄 수 있는지를 고민한다는 점은 똑같다. 예를 들어 SK플래닛은 내비게이션 서비스인 T맵 이용자들이 어떻게 쉽게 길 안내를 받고 다양한 부가기능을 이용할 수 있을지 연구한다. 이용자들을 유형별로 분류하고 이들이 어떤 서비스를 원하는지 인터뷰와 설문조사, 현장조사 등을 거친다. 심리학ㆍ인간공학ㆍ산업디자인ㆍ경영학적인 관점이 골고루 필요할 수밖에 없다. 다 만든 서비스라도 지속적인 사용성 평가를 통해 업그레이드한다.

물론 마케팅 분야에서도 비슷한 작업이 이뤄지지만, '관점이 다르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김규용 SK플래닛 UX전략실장은 "마케팅은 소비자들이 원하는 바를 기업의 수익으로 최대한 연결시키는 데 초점을 맞추지만 UX는 장기적으로 고객관리를 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UX가 주목 받는 이유는 더 이상 기술이나 디자인만으로는 소비자의 관심을 끌기 힘든 시대가 왔기 때문이다. 김지현 삼성SDS UX엔지니어링 그룹장은 "예전에는 신기한 기술만으로도 사람들이 감동받고 가치를 인정했지만 지금은 기술로 차별화하기 힘들다"며 "어떤 기술을 어떤 관점에서 재조합하느냐에 따라 완전히 다른 제품이 나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애플이 UX를 강조하는 전략으로 IT업계를 평정하다시피 한 탓도 크다. 애플의 기기들은 단순한 사용법과 간결한 디자인, 특유의 생태계로 유명하다. 최병호 이노UX 최고경영자(CEO)는 "이전까지는 '휴대전화 대(對) 휴대전화'의 싸움이었는데 스티브 잡스는 이를 '생태계 대 휴대전화'의 싸움으로 구도를 바꿔버렸다"고 분석했다. 어떤 생태계를 만들고 어떤 독특하고도 만족스런 가치를 제공할 지가 기업들의 최대 관심사로 떠올랐다는 것.

이런 기업 환경의 변화에 따라 대학에서도 UX에 주목하고 있다. 임윤경 카이스트 산업디자인학과 교수는 "최근 UX에 관심을 갖는 학생이나 관련 연구를 하는 교수들이 늘고 있다"고 전했다.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서 UX 학과가 개설된 대학은 없지만 산업디자인과나 인지공학과 등에서 관련 커리큘럼이 늘어나는 추세다.

다만 국내에서는 아직 UX가 좁은 범위 안에서만 논의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김지현 그룹장은 "국내에서는 UX와 사용자환경(UI)을 혼용하거나 단순한 화면디자인이나 사용법 등에만 초점을 맞추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새로 떠오르는 분야인 만큼 실무를 맡을 인력이 부족하다는 점도 문제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경 마켓시그널

헬로홈즈

미미상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