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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작스런 폭우와 황사도 중국·일본관광객들을 막지 못했다. 일본 지진피해와 방사능 같은 근심은 쇼핑객들 얼굴에서 아예 찾아 볼수 없었다. 일본 공휴일과 중국 노동절이 낀 골든위크(지난 29일부터 최장 10일간)가 시작된 지난 주말 서울 명동 및 강남 일대 상가와 백화점은 '바이 코리아'물결로 북새통을 이뤘다. 지진과 원전사고 공포로 받은 스트레스를 한국쇼핑으로 풀려는 일본인들의 발길이 지난해에 비해 크게 늘었다는 게 상점직원들의 설명이다. 100엔당 엔화 환율이 지난해 이맘때 1,100원 수준에서 최근 1,300원대로 올라간 것도 한몫하고 있다. 지난해 백화점들을 휩쓸다시피 한 중국 큰손들도 다시 쇼핑한국에 나선 모습이다. 지난 30일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점 1층 통로에 한류 스타들 포토존을 화려하게 꾸민 스타애비뉴에는 사진을 찍느라 정신이 없는 일본인들로 북적거렸다. 한류 스타의 대형 사진을 배경으로 추억을 만든 이들이 다음으로 곧장 향한 곳은 백화점 9층의 면세점. 이곳의 화장품 코너에는 하나같이 손에 '면세(DUTY FREE)'가 새겨진 쇼핑백을 든 일본과 중국 관광객들로 가득했다. 이중 BB크림 전문 매장에는 삼삼오오 짝을 지어 찾아온 20~30대 일본 여성들로 발디딜틈이 없었다. 이날 백화점에서 만난 일본인 아스타(26, 여)씨는 "휴가를 보내기에는 지진을 겪은 일본보다 한국이 안전하다고 생각했다"며 "주위에서도 골든위크 동안 일본 국내 여행보다 한국쪽을 선호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특히 중국인들의 선호도가 높은 설화수 매장에서는 가족 단위의 중국 고객들이 가방에 한가득 설화수 제품을 쓸어 담는 모습도 쉽게 볼 수 있었다. 지하 1층 식품매장은 일본인이 점령했다고 해도 어색하지 않았다. 외국인을 위해 마련된 이곳의 한국 전통음식 코너에는 시식용 김치와 젓갈을 먹어보고 소포장 제품을 구입하는 일본 중년 부부들이 많았다. 도쿄에서 왔다는 한 일본 부부는 "선물용으로 김치를 많이 샀다"며 "지난해 보다 환율도 괜찮아 값도 별로 부담이 없어 좋다"고 귀띔했다. 명동 거리도 악천후에도 불구하고 관광객과 화장품 패션가게 호객직원들로 가득했다. 화장품 브랜드숍인 네이처리퍼블릭의 명동 월드점은 주말 방문 고객 수가 전주 대비 40%가량 증가했으며 매출 역시 50% 가량 늘었다. 이곳 상점 직원은 "일본 대지진과 방사능 유출 사태로 인한 파장이 우려됐지만 초반 분위기는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이라며 "궂은 날씨에도 이 정도면 2일 이후에는 대박을 기대할 만 하다"고 말했다. 주말 이틀간 롯데백화점 본점에는 평소보다 외국 관광객이 배 이상 늘었다. 본점 통역데스크 직원은 "이전까지 하루 평균 30~40건에 그쳤던 일본인과 중국인 고객들의 문의가 오늘은 90건에 달했다"고 설명했다. 덕분에 29~30일 이틀간 본점에서 집계된 중국 은련카드와 일본 JCB카드 결제액은 각각 지난해 같은 때보다 232.5%, 10.8%씩 증가했다. 원전 방사능 걱정에 일본 현지생산 식품 대신 한국산을 선택하는 일본인들이 대형마트에 대거 몰리고 있는 점도 지난해와는 다른 풍경이다. 서울역에 있는 롯데마트 점포는 '일본인들이 꼽은 서울의 명소 1위'라는 플래카드를 정문에 내걸었다. 30일 오후 찾은 서울역점에는 조미김과 녹차로 가득한 외국인들의 대형 쇼핑카트 행렬이 계산대 뒤에 길게 늘어져 있었다. 송승원 롯데마트 서울역점장은 "지난주만 해도 다소 주춤했던 일본인들의 방문이 골든위크 시작에 맞춰 급격히 늘고 있다"며 "이틀간 외국인만 3,000여명이 몰린 덕에 외국인 매출액만 1억5,000만원이 나와 지난해의 2배를 넘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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