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특허 괴물인 미국의 인터디지털(IDCC) 인수전에 참여하지 않기로 최종 방침을 정했다. 이는 최근 애플 주도 컨소시엄의 노텔사 인수로 특허 보유 기업의 몸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아 특허 거품 논란이 일면서 삼성전자가 IDCC 인수전 참여를 꺼린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애플이나 구글이 IDCC 인수에 성공할 경우 삼성전자와 LG전자의 휴대폰 사업 부문이 다시 한 번 특허공격으로 어려움에 직면할 것으로 우려된다. 애플은 캐나다의 노텔을 인수하면서 6,000여건의 휴대폰 관련 특허를 확보했고 구글 역시 모토로라 모빌리티를 인수해 관련 특허를 대거 보유한 상태다. 19일 국내 전자업계와 특허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IDCC의 인수전에 참여하지 않기로 한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누가 인수하느냐에 따라 구글의 모토로라 인수 때보다 더 큰 후폭풍이 있을 수 있다고 보고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삼성전자의 IDCC 인수전 불참은 최근 애플의 노텔 인수로 IDCC의 몸값이 비정상적으로 올라가고 미국 금융자본의 참여 가능성까지 점쳐지면서 득보다는 실이 더 클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삼성전자 등은 이미 IDCC로부터 특허침해 소송에 휘말린 뒤 특허료를 내고 소송을 마친 적이 있어 인수 뒤 다시 한 번 특허 문제가 복병으로 떠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지난 2009년 IDCC의 무선 2G와 3G 이동통신 관련 특허에 대한 라이선스를 획득하는 조건으로 4억달러를 지불한 바 있다. 3G의 경우 2012년까지가 계약기간이어서 이후 IDC의 새 주인이 3G와 4G에 대해 무리한 특허료를 요청할 경우 응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LG전자도 올해 말 IDCC와 체결한 특허계약이 만료된다. 새로운 계약을 체결할 때 사업규모가 커진 점을 감안하면 삼성전자와 LG전자는 특허합의를 위해 이전에 계약한 금액보다 더 큰 웃돈을 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전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미국 현지에서는 구글이 IDC 인수전에 참가할 가능성을 크게 보지 않지만 애플의 참여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며 "만일 애플이 인수에 성공할 경우 애플로부터 다시 한번 괴롭힘을 당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전했다. 애플은 최근 캐나다의 노텔사를 컨소시엄 형태로 인수한 뒤 현재 삼성과 LG전자, HTC사 등을 대상으로 특허 수익화 모델 계획을 수립 중이라는 게 국내 전자업계의 공통된 분석이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와 LG전자 등이 앞으로 애플과 구글 측의 특허공세 압박이 더욱 거세질 것으로 우려하는 분위기다. 국내 전자업계는 2G 휴대폰 제조에 9만개의 특허가 얽혀 있고 스마트폰에는 무려 20만개의 특허가 필요한 상황이다. 특허업계의 한 관계자는 "전세계 전자 및 휴대폰 업계는 애플의 노텔사 인수, 구글의 모토로라 인수 등을 통해 특허 확보전을 펼치고 있지만 국내 대기업들은 대규모 자금을 투입해 해외 기업을 인수하는 것을 꺼린다"며 "보다 공격적으로 특허를 보유한 해외기업 M&A에 나서야 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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