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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십자각] '인터넷 라이프'를 내며
입력1999-06-17 00:00:00
수정
1999.06.17 00:00:00
정보화의 최첨단을 걷는 미국. 미국인들이 최근 들어 「인터넷 라이프」(INTERNET LIFE)라는 말을 발명해 냈다.미국인들은 요즘 인터넷을 생활에서 뗄래야 뗄 수 없다. 구성원 대다수가 인터넷을 이용하기 때문이다. 어린이부터 노인까지. 미국에선 인터넷을 모르거나 회피하면 사회의 주류(MAINSTREAM)에서 밀려나게 된다. 그들은 시시콜콜한 연락까지 E-메일로 보낸다. 웬만한 물건은 인터넷 쇼핑몰로 사는게 싸고 편하다는 것이 그들 사회의 「보편적인 경험칙」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미국인들은 이제 『인터넷으로 무엇을 할 수 있는가』라고 묻지 않는다. 그건 새삼스럽다. 대신, 그들은 『인터넷으로 아직도 못하는게 무엇일까』를 고민한다. 마치 나라간 개방이 확대되면 무역품목이 「포지티브 리스트」에서 「네거티브 리스트」로 바뀌듯이. 그렇게 인터넷과 생활의 접경이 갈수록 허물어지고 있다.
과거 「자동차의 시대」에 미국인들은 「오토 라이프」라는 말을 발명했다. 하필 이번에도 미국인들이지만, 「인터넷 라이프」라는 말이 나온 것은 필연처럼 생각된다. 인터넷이 개인의 생활과 의식의 한 부분으로 자리잡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이제는 사회 전체를 움직이는 「메인 엔진」으로까지 그 역할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사람과 인터넷간, 인터넷을 매개로 한 사람과 사람간의 연결과 접촉이 급속도로 늘어난다. 그 자연스런 귀결로 이제 인터넷은 컴퓨터 안의 답답한 「사이버 스페이스」를 박차고 나온다. 생활에 변화를 주고, 생각을 바꾸고, 나아가 생활을 지배하는 대기 속의 도구가 돼가고 있다. 과거에 자동차가 그랬듯이.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회장은 『「웹 생활방식(WEB LIFESTYLE)」을 배
워야 한다』고 웅변한다. 인터넷이 더 이상 차가운 「사이버 테크놀로지」가 아니라, 「삶의 표준」으로 변모하고 있기 때문이다.
조선 연산군 때 남산에 9,999칸 짜리 집이 있다는 소문이 났다. 당시엔 궁궐을 빼고 백성이 지을 수 있는 집의 크기가 99칸으로 제한돼 있었다. 때문에 뜬소문에 지나지 않았다. 사연을 알아본 즉, 그 집은 한 선비의 「마음의 공간」이었다. 재상을 지낸 홍귀달이 남산에 겨우 한 평 짜리 집을 짓고 「허백당」이라 불렀다. 「허백당」은 허귀달의 마음 속에선 9,999칸 집이었다. 그것이 입소문이 퍼져 「9,999칸 짜리 집」으로 둔갑한 것이다.
인터넷 속에 생활이 있고, 생활 속에 인터넷이 있으면 그렇게 된다. 한평의 생활공간을 9,999평까지 늘릴 수 있다. 선용하면 그것이 바로 풍요다.
제2차 대전을 전후하여 세계를 풍미한 실존주의라는 사조가 있었다. 실존철학의 사조격인 장 폴 사르트르는 유명한 명제를 남겼다. 「실존은 현실을 초월한다」는. 허백당의 생각처럼 사람에게는 현실 공간 외에 개인마다 의식 공간이 있다는 뜻이다. 사르트르가 지금 살아 있다면 생각을 바꾸려 할 지도 모른다. 「인터넷이 현실을 초월한다」, 「인터넷이 또 다른 실존 공간이다」 쯤으로.
서울경제는 신문도 정보화라는 대조류를 탈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인터넷 섹션을 낸다. 그 제호로 과감히 「인터넷 라이프」를 쓰기로 했다. 생활 속의 인터넷, 생활과 따로 구분할 수 없는 인터넷이기 때문이다. 「인터넷 라이프」는 우리 사회에 내는 첫 의견으로 「인터넷에 집을 만들자」고 말한다. 인터넷 세계의 최소 구성단위가 「집」이기 때문이다. 인터넷 라이프에 대한 독자들의 뜨거운 관심과 애정을 바란다. JAYLEE@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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