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포스코·두산 등 국내 대기업들이 임금체계 개편을 위한 본격적인 준비 작업에 착수했다. '정년 60세 시대'가 6개월 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임금피크제 도입과 성과급 비중 확대 등 대대적인 비용 절감 조치 없이는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인건비를 감당하기 힘들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다만 임금 삭감에 반대하는 노동계의 반대가 불을 보듯 뻔해 임금체계 개편을 위한 협상 과정에서 진통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8일 재계에 따르면 최근 LG화학과 포스코, ㈜두산·두산중공업·두산인프라코어 등의 대기업은 한국경영자총협회와 '일본방문조사단'을 구성, 지난달 말 5박6일 일정으로 도쿄 출장을 다녀온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 기업은 일본 경제단체인 게이단렌 외에 혼다·닛산 등의 노사 관계자들과 함께 임금체계 개편의 필요성과 노하우 등을 공유했다.
지난 1998년 일찌감치 정년 60세를 시행한 일본 기업들은 임금피크제를 도입하거나 근속연수에 따라 임금이 높아지는 호봉제를 완화하는 대신 성과급 비중을 대폭 늘리는 방식으로 인건비 부담을 줄였다.
경총의 한 관계자는 "현재 일본 대기업 중 생산직·사무직을 막론하고 100% 호봉제를 실시하는 회사는 거의 없다"며 "임금체계 개편을 위해서는 '회사가 살아 남아야 근로자도 존재할 수 있다'는 노조의 협력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는 게 현지 전문가들의 의견"이라고 전했다.
이번 일본 조사단에는 대기업 외에 유한킴벌리 등의 중견기업, 한국철도공사·한국고용정보원 등의 공공부문도 동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기업들은 이번 해외 산업 현장 방문에 대해 단순한 '연구' 차원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하고 있지만 올해 임단협을 앞두고 사실상 사전 준비 작업에 돌입한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실제 방문조사단에 포함된 일부 기업은 그룹 차원에서 '임금체계 개편안'을 만들어 각 계열사에 하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국내 기업들이 임금체계 개편을 위해 팔을 걷어 붙이고 나선 것은 당장 내년부터 정년 60세 의무화가 시행 예정인 가운데 인건비 완화 조치가 절실하기 때문이다.
경총에 따르면 임금피크제 도입을 포함한 임금체계 개편이 뒤따르지 않을 경우 정년연장으로 인한 기업들의 연간 추가 부담은 90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임금체계 개편에 대한 기업들의 의지에도 불구하고 노사 협상이 순탄하게 이뤄질 지는 미지수다.
정부 역시 노조 동의 없이 임금피크제 도입을 가능하게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지만 이 역시 정책 추진 과정에서 진통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당장 임금 삭감을 우려하는 노조의 반대가 극렬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현대자동차 노사는 작년 '임금체계 및 통상임금 개선위원회'를 만들어 논의를 진행했으나 합의를 도출하지 못하고 지난 3월 해체됐다.
한편 경총이 작년 말 306개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15년 노사관계 전망조사'에 따르면, 노사관계 개선을 위해 정부가 중점을 둬야 할 사항에 대해 25.0%의 기업이 '임금 체계의 합리적 개편'을 꼽았다. 이어 '근로시간 단축 부담 완화(19.3%)', '고용 경직성 해소(17.6%)', '규제 위주의 비정규직 정책 개선(13.2%)' 등을 지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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