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위의 경제 대국 미국 경제가 확실하게 살아나고 있다. 지난달 29일(현지시간) 발표된 지난 2ㆍ4분기 미국의 국내총생산(GDP)는 전 분기 대비 2.5% 증가했다. 이는 지난 7월 말에 발표된 잠정치(1.7%)는 물론 전문가들의 전망치(2.2%)를 크게 웃도는 것으로, 예상보다 빠르게 미국 경기가 회복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미국 경제의 70%를 차지하는 소비도 살아나고 있다. 2ㆍ4분기 소비 지출은 1.8% 증가했으며, 물가를 반영한 소비자 가처분소득은 1ㆍ4분기 -7.9%에서 2ㆍ4분기에는 3.2%로 반등했다. 기업 지출 역시 9.9% 증가하는 등 전반적으로 미국의 경제지표와 기업들의 회복세가 뚜렷하다.
이에 따라 미국 정부가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지속하고 있는 양적완화 정책 축소 시기가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 시장에서는 현지시간으로 오는 17~18일 개최되는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연방공개시장회의(FOMC)에서 채권 매입 축소가 발표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오는 6일 발표되는 고용지표가 막판 변수이긴 하지만 시장에서는 8월 민간부문고용자수가 18만명 증가해 전달의 16만 2,000명 증가에서 개선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을 반영해 지난달에 블룸버그가 이코노미스트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는 65%의 응답자가 이달에 개최되는 FOMC에서 양적완화 축소가 시작될 것으로 예상했다.
일각에서는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가 시장에 유동성 공급을 줄여 주식 시장에 타격을 줄 것이라는 목소리도 있다. 하지만 대체로 전문가들은 양적완화 축소야말로 경기 회복의 분명한 신호라며, 주식 시장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내다봤다.
김중현 신한금융투자 글로벌리서치팀 팀장은 "전반적으로 미국의 경제지표와 기업들의 실적이 좋은데 이를 단지 미국 정부가 돈을 풀었기 때문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며 "미국 경기가 좋아지고 있다는 분명한 신호이기 때문에 심리적으로도 시장에 도움이 되고, 부정적인 측면보다는 긍정적인 측면이 많을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또 "유동성 축소에 대한 우려는 이미 시장에 반영되었다"고 덧붙였다.
실제 올 들어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되어 미국의 다우존스산업지수ㆍ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ㆍ나스닥지수 등 3대 지수는 모두 크게 올랐으나, 최근 들어 조정을 겪고 있다.
이윤학 우리투자증권 대안상품부 이사는 "그 동안 미국 시장이 많이 오른 측면이 있지만 경기가 뚜렷하게 회복되고 있기 때문에 지금 투자하더라도 종목을 잘 고른다면 어느 정도 수익률은 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최근과 같은 경기 회복기와 기업 실적이 개선되는 시기야 말로 미국 주식 투자의 적기라고 말한다. 흔히들 기업의 주가는 실적에 달렸다는 말을 많이 하지만, 국내 증시에서 이는 절대적으로 옳은 말은 아니다. 기업의 실적이 주가에 반영되어 상승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그 반대의 경우도 많았다.
우리나라 증시는 오히려 북한과 국제 정세 변화 등 각종 대외 변수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 이런 점에서 보면 미국 주식은 한국 주식과 분명한 차이가 있다. 미국 주식 역시 대외 변수에 영향을 받지만 추세적으로 보면 실적에 따라 움직였다. 비자카드는 지난달 30일 주당 174.42달러로 거래를 마감해 1년 전에 비해서는 37.11%나 올랐으며, 최근 5년간을 보더라도 우상향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적인 소비 경기 회복으로 실적이 개선됐기 때문이다. 지난 7월 발표된 비자카드의 3ㆍ4분기(4~6월) 순이익은 12억 3,000만달러(주당 1.88달러)를 기록해 블룸버그 전망치인 주당 1.80을 웃돌았다. 반면 국내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 1위인 삼성전자는 매 분기 사상 최고치의 실적을 달성했지만 주가는 1년 전인 지난해 8월 31일 123만 3,000원에서 지난달 30일 136만 8,000원으로 10.95% 오르는데 그쳤다.
이용훈 신한금융투자 해외주식팀장은 미국 주식의 매력을 한 마디로 '정직한 주식'이라고 표현했다. 대외 변수와 작전 세력 등에 쉽게 휘둘리는 국내 주식과 달리 미국은 실적이 좋으면 주가가 이에 충분히 반응을 한다는 말이다. 이 팀장은 "국내 주식의 경우 전고점이 있기 때문에 주가가 어느 정도 오르더라도 과거 최고치에 수렴하는 경우가 있지만 미국 주식의 경우 실적만 뒷받침되면 계속해서 오르기 때문에 3~5년씩 추세적으로 상승하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투자할 수 있는 곳이 다채롭다는 점도 미국 시장의 장점이다. 이윤학 이사는 최근 국내 투자자들의 성향에 대해 "고액 자산가들의 경우 특정 종목에 대해 자세하게 알고 있기 때문에 종목부터 상장지수펀드(ETF)까지 다양하게 투자하고 있으며, 다른 투자자들도 ETF에 대한 관심이 크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고액 자산가들이 미국 시장에 관심을 가지는 것은 국내의 경우 삼성전자와 현대차 정도를 제외하면 이들이 거액을 투자할 수 있는 곳이 별로 없는 반면, 미국에는 스타벅스ㆍ맥도날드ㆍ구글 등 미국을 대표하는 대기업은 물론이고, 전 세계 각국의 내로라하는 기업들이 상장돼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오마하의 현인'으로 불리는 월가의 살아있는 전설, 워런 버핏은 투자의 제1원칙으로 '절대 손해 보지 마라'라는 말을 남겼다. 유럽 시장이 살아나고 있다고는 하지만 아직까지 남유럽 재정위기가 해결되지 않았고, 이달부터 유럽의 운명을 결정할 수 있는 중요한 정치 일정이 예정되어 있어 여전히 불안한 상황이다.
또 최근 국내 증시는 위기를 겪고 있는 인도ㆍ인도네시아 등 신흥경제국과 달리 좋은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미국 만큼 회복세가 견조하지는 않다. 한 마디로 불확실성의 시대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상황에서 투자자들이 절대 손해를 보지 않을 수는 없더라도, 손해를 볼 가능성을 줄일 수 있는 현명한 투자는 어디에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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