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우(사진) 팬택 대표가 10일 단상에 올라 고개를 숙였다. 지난 2013년 9월 사장에 취임한 그는 요즘 하루하루 피를 말리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 한국 벤처의 상징인 팬택이 생사의 기로에 있기 때문이다. 단상에 오른 그는 떨리는 손으로 1,600여자의 호소문을 읽어나가며 팬택의 1,800여 직원과 수많은 협력업체들을 살려달라고 눈물로 간청했다.
이 대표는 이날 "생존에 대한 간절한 바람을 호소해야만 하는 처지가 됐다"며 "이통사 출자전환이 벽에 부딪힌 지금 (팬택은)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기로에 서 있다"고 말했다. 이어 "팬택을 어떻게든 살려야 한다는 절박함에서 도움을 요청하고자 이 자리에 섰다"고 덧붙였다.
이 대표는 그러면서 "팬택이 오늘의 경영위기를 맞은 데 대해 경영을 책임지는 대표로서 무한한 책임을 통감하며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며 "채권단의 제시안이 이통사가 받아들이기에 쉽지 않은 제안이라고 생각하지만 한국 이동통신 생태계에서 팬택이 존속할 수 있도록 (이통사들이) 채권단 제시안을 전향적으로 검토해줬으면 한다"고 부탁했다.
채권단에도 "팬택을 위해 많은 지원을 해주셨지만 현재 채권단 제시안이 잘 진행되고 있지 않다"면서 "부디 지혜를 모아 워크아웃이 중도에 중단되는 일이 없도록 적극적으로 나서달라"고 부탁했다.
한자한자 읽어나가던 그는 "팬택과 협력업체 구성원이 소중한 삶의 터전을 유지함은 물론 국가 경제발전에 계속 이바지할 수 있도록 다시 한번 기회를 주시기를 눈물로 호소 드린다"고 말을 맺었다.
앞서 팬택 채권단은 지난 4일 이통사들의 1,800억원 매출채권 출자전환을 전제로 팬택 정상화 방안을 가결한 바 있다. 그러나 이통사들이 출자전환을 거부하면서 팬택의 운명을 예측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오는 14일까지 이통사들이 채권 출자전환에 동의하지 않으면 팬택은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에 착수한 뒤 매각 수순을 밟을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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