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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마지막 금융통화위원회를 주재한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는 하늘색 넥타이를 매고 왔다. 전통적으로 푸른색은 '비둘기파', 빨간색은 '매파'를 의미한다. 기준금리 동결을 워낙 많이 하면서 '동결 중수'라는 별칭을 얻었던 김 총재는 마지막 기준금리도 연 2.5%로 동결했다.
김 총재는 이날 우리 경제 전반에 대해 비교적 많은 진단을 했다. 우선 "하반기엔 경기가 더 좋아질 것"이라며 "디플레이션이라는 말은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1,000조원을 넘어선 가계부채에 대해서는 "성장으로 풀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 총재는 "소비가 어느 정도 개선됐고 설비투자가 1·2월에 마이너스를 기록했지만 지난해 3·4분기에 전기 대비 5%씩 성장한 것을 감안하면 약해진 것은 아니다"라며 "미국 경제회복은 누구나 동의할 테고 유로 지역(1.2%)과 중국(7.5%)의 경제전망을 봐도 하반기에 좋아진다는 전망에는 무리가 없다"고 말했다.
물가상승률이 한은 목표치(2.5~3.5%)에 못 미치는 것은 정책 실패 아니냐는 지적에 김 총재는 "중앙은행의 가장 중요한 목표는 경제 주체의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를 어떻게 관리하느냐"라며 "근원인플레이션이 1.7%이고 기대인플레이션이 2.9%인데 마치 디플레이션처럼 말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주장했다.
그는 "인플레이션 대처는 중앙은행의 역할이지만 디플레이션 대처는 중앙은행만의 몫이 아니다. 전체가 대응할 문제"라고 강조했다.
가계부채에 대해서는 "금융안정을 해하고 위기로 발전할 확률이 크지 않다"는 입장을 확인했다. 김 총재는 "가처분소득 대비 부채비율이 높지만 금융제도의 불안정성을 유발할 수준은 아니다"라며 "다만 소득이 낮은 계층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부채를 해결하는 방법은 성장·인플레이션·긴축·탕감 등 네 가지인데 가장 바람직한 것은 성장"이라며 "가계부채를 위해 금리를 움직이는 건 적절치 않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달 말 임기를 마치는 김 총재는 임기 4년간의 소회를 짧게 털어놓기도 했다. 그는 "그야말로 격변과 질풍노도의 시기였다. 단 한번도 마음의 여유를 갖지 못했다"고 말했다. 한은 조직 및 인사개혁에 따른 후유증을 지적하자 "후유증이 없다곤 생각 안 하지만, 한은이 당연히 경험해야 할 개혁과제였다"고 평가했다. 김 총재는 퇴임 후 가을학기부터 시간제로 후학을 가르칠 계획이라고 소개했다. 다만 이주열 신임 총재 후보자에 대해서는 끝까지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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