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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의 창] 중장년의 빚테크

강성모 한국투자증권 은퇴설계연구소장

강성모 한국투자증권 은퇴설계연구소장

"은행원이 창밖으로 뛰어내리면 곧바로 뒤따라 뛰어내려라. 그곳에는 분명히 돈이 있을 것이다."서양의 우스갯소리다. 돈이 되는 것이면 무엇이든 가리지 않는 금융자본의 속성을 한 번 비틀어 꼰 말이다. 모든 풍자가 그렇듯 과장은 있으나 그속에는 불편한 진실이 있다. 그만큼 은행들이 잇속에 밝다는 것이다.

돈에 관해서는 천부적인 후각을 가진 금융기관의 내공은 거저 나오는 게 아니다. 온갖 정보와 풍부한 자금력, 복잡한 거래기법을 손에 쥐고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 평범한 일반인은 당연히 따라갈 수가 없다. 그들을 상대로 거래를 해서 큰 이득을 볼 수 있을까. 간혹 그런 고수가 있을 수도 있지만 대개의 경우 승산이 없다.

우리나라 가계 부채의 규모가 심각할 정도로 커졌다는 우려가 많다. 그 부채의 대부분은 금융기관으로부터 대출 받은 돈이다. 금융기관이 대출을 해줄 때 물리는 금리는 결코 싼 수준이 아니다. 다른 곳에 투자했을 때 얻을 수익률과 비교해보고 또 대출금 중 일부를 떼일 가능성을 감안해 궁리 끝에 나온 게 대출금리다.

그렇기 때문에 일반인이 금융기관에서 빌린 돈으로 이자 이상을 벌어들이기는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그래서 가장 효과적인 재테크는 빚을 안지는 것, 빚이 있으면 갚는 것이라는 말은 결코 과장이 아니다.



한때 빚을 얻을 수만 있다면 그걸로 반쯤은 성공이 보장되던 시절도 있었다. 돈 빌리는 능력도 재테크 중 하나였다. 그러나 그때는 사회 전체가 돈을 목말라 하던 고도성장기였다. 이제는 투자해봤자 이자 갚기가 버거운, 그래서 투자하기를 주저하는 저성장 시대다. 과거와는 판이하게 돈을 빌려 성공하기가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은퇴를 앞둔 중장년층의 빚은 최대의 적이다. 젊은이들이야 빚을 져도 앞으로 일할 시간이 많으니 갚아 나갈 여유도 충분하지만 당장 소득이 뚝 끊길 중장년들은 상환 계획이 막막해진다. 대출 이자보다 훨씬 높은 수익을 벌어들일 비법이라도 갖고 있지 않다면 순순히 갚아나가는 게 은퇴설계의 최우선 전략이다.

사족을 하나 더 붙이자면 돈을 차곡차곡 모아 한꺼번에 갚는 것은 좋은 방법이 아니다. 빚 갚으려고 모은 돈은 어차피 예금으로 들어갈 것인데 천지개벽을 하기 전에는 예금이자가 대출이자보다 높을 리 없다. 그냥 푼돈이라도 여유가 생기면 즉시 갚아나가는 것이 최선이다. 세상에 빚으로 망한 사람은 허다해도 빚 갚아서 망했다는 사람은 들어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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