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5년 한국에서의 ‘자생적 성장(organinc growth)’을 선언한 HSBC은행이 공격적인 영업에 들어가기 위해 대규모 인력 충원에 나섰지만 회사의 성장전략이 지연되면서 몸집만 뚱뚱해진 상태의 조직 비효율성으로 고심하고 있다. 아시아 시장에서 공격적인 투자를 감행하고 있는 HSBC은행은 외환은행과 제일은행 등을 둘러싼 국내 금융시장의 인수합병(M&A)에서 고배를 마신 후 지점확대 등 자체적인 성장으로 전략을 선회한 바 있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HSBC은행은 자생적 성장을 선포한 후 인력규모를 2004년 500명에서 현재 1,200여명으로 2배 이상 늘렸다. 2005년 HSBC은행은 씨티은행 등 M&A로 진통을 겪던 외국계 은행의 인력들을 대거 충원했다. 그러나 지점 숫자는 2004년 8개에서 현재까지 3개 늘어나는 데 그쳤다. 또 올 상반기 당기순이익도 569억원으로 2004년 815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둔 데 이어 양호한 실적을 나타냈지만 인력이 늘어나면서 1인당 순익은 큰 폭으로 떨어졌다. 올 상반기 HSBC은행의 1인당 순익은 약 4,700만여원으로 2004년 1인당 연간 1억6,000만원 이상의 순익을 달성했던 것에 비하면 실적 증가폭은 미미해진다. 현재 한미은행과 통합한 씨티은행의 경우 과거 지점 시절 국내에 15개의 지점을 운영하고 있었으나 정규직 인력은 850명에 불과했다. HSBC은행의 성장전략이 지연되고 있는 것은 외국계 은행 지점으로서 추가적인 지점 설립 인가를 받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법인인 경우 지점 설립이 신고제지만 지점의 경우 추가 지점 설립은 금융당국의 인가를 받아야 한다. 그러나 금융당국은 HSBC은행이 2005년 불법 대출모집인 문제 등 내부 리스크관리 시스템이 미비한 것으로 드러났던 사례를 들며 공격적인 사업 확대에 회의적인 시각을 드러내고 있다. HSBC은행의 자생적 성장 전략 실현이 쉽지 않은 이유다. 이에 대해 HSBC 측은 “지점 확대는 여러 가지 성장전략 중 하나의 선택사항일 뿐이며 HSBC은행은 국내은행과는 다른 목표 고객층을 대상으로 영업을 펼치고 있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HSBC 내부적으로는 몸집은 커졌지만 그에 따른 사업확대가 이뤄지지 않아 내부적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HSBC은행의 한 관계자는 “은행 내부에서는 단기적으로 30개까지 국내에 지점을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타 외국계 은행 등으로부터 인력을 대규모 충원했다”며 “그러나 2005년 인천ㆍ대구ㆍ대전 등 3개 늘어나는 데 그치고 올해 강력하게 추진했던 다이렉트 뱅킹 사업까지 중단하면서 비슷한 업무에 인력이 중복 배치되는 등 인력 운영에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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