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현지시간) 이라크 바그다드의 총리 공관. 김현중 한화건설 부회장과 사미 알아라지 이라크 국가투자위원회 위원장이 한국 해외건설 역사상 최대 금액인 80억 달러 규모의 '이라크 비스마야 신도시 건설공사' 계약서에 서명을 마쳤다.
이 장면을 지켜보는 김승연 한화 회장 옆으로 190㎝에 가까운 훤칠한 키에 앳된 얼굴을 한 청년이 눈에 띈다. 사진 속 주인공은 다름 아닌 김 회장의 셋째 아들인 김동선(23)씨.
국가대표 승마 선수로도 잘 알려진 김씨가 한화그룹 최대의 비즈니스 현장에 모습을 드러내자 재계 관계자들의 관심이 모아졌다. 승마 선수이자 대학생 신분으로 그룹 내부에서는 아무런 직책도 없는 그가 부친인 김 회장의 이라크 방문을 수행했기 때문.
더욱이 계약이 체결되는 공식석상에서 김 회장, 누리 카밀 알말리키 이라크 총리와 함께 나란히 서 있던 모습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었다.
김씨가 이라크 출장 길에 동행하게 된 것은 부친인 김 회장의 권유로 이뤄졌다. 그는 런던올림픽 출전을 위해 예선을 치렀지만 일본 선수에 밀려 본선 진출이 좌절돼 국내에 머물고 있었다. 이 때 '좋은 경험을 쌓을 기회'라며 이라크 출장 동행을 적극 권한 김 회장의 뜻에 따라 지난달 29일 아버지와 함께 이라크행 비행기에 올랐다. 초대형 프로젝트인 이라크 신도시 공사 수주계약의 역사적 현장을 직접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좋은 공부가 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이를 두고 재계 일각에서는 아들 사랑이 각별한 김 회장이 조만간 막내 아들인 동선씨에게도 경영수업의 장을 열어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현재 김 회장의 세 아들 가운데는 장남인 김동관 한화솔라원 기획실장만 경영에 참가하고 있다. 3남인 동선씨도 훗날 3세 경영의 한 축을 담당할 것이라는 예측이 조심스레 나오는 이유다.
이에 대해 한화의 한 관계자는 "김 회장의 권유로 출장에 동행한 동선씨를 본 알말리키 이라크 총리가 계약식 당시 함께 사진을 찍자고 해 외부에 알려지게 된 것"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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