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 한국에 얼마나 지기 싫었으면…
한·일 바이오·헬스케어 시장 불꽃 접전삼성·LG·SK 등 대표주자들 의료기기 시장 진출 잇달아"이번만은 한국에 질수 없다" 일본선 소니·도요타 출사표기술경쟁력 확보가 승부 관건
이종배기자 ljb@sed.co.kr
김흥록기자 rok@sed.co.kr
국내 한 기업의 바이오 연구센터에서 연구원들이 바이오 복제약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서울경제DB
TVㆍ정보기술(IT) 등 전자제품 경쟁에서 우리 기업에 추월 당한 소니는 어려운 경영여건 속에서도 최근 6,000억원의 자금을 투자해 올림푸스의 지분을 사들였다. 올림푸스는 세계 내시경 시장의 70%가량을 장악하고 있는 기업. 바이오ㆍ헬스케어 산업에서만은 절대로 한국 기업의 추월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소니의 다부진 결의가 읽혀지는 대목이다. 그러나 한국 기업의 대응도 결코 만만하지는 않다.
18일 업계의 한 전문가는 "바이오ㆍ헬스케어에서 선진 기업보다 한발 늦게 들어간 한국과 일본 기업들의 경우 성장하는 과정에서 치열한 경쟁이 불가피할 것"이라며 "전자 분야에서 경쟁을 벌였던 한국과 일본 산업계가 차세대 미래 사업 가운데 하나인 바이오ㆍ헬스케어를 둘러싼 한판 승부를 예고하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ㆍLGㆍSKㆍ한화 등 국내 주요 그룹들이 바이오ㆍ헬스케어 육성에 나선 가운데 일본 주요 기업도 비제약업종 등에서 관련 분야 진출이 잇따르고 있다.
일본은 현재 상사ㆍ화학ㆍ자동차ㆍ전자 업체들을 주축으로 바이오ㆍ헬스케어 사업에 잇따라 발을 들여 놓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 등 관련 자료에 의하면 미쓰이물산이 병원 운영 및 의약품 사업, 미쓰비시상사가 피부암 진단장치를 개발하며 글로벌 시장 진출을 꾀하고 있다.
전자 업체도 예외는 아니다. 소니의 경우 미국의 의료기기 제조업체인 마이크로닉스를 인수하며 헬스케어 분야의 투자를 늘리고 있다. 도요타 자동차 등 일본 자동차 업계 역시 지역 의료 기관과 연계하며 헬스케어에 발을 들여놓는 등 이종 업종에서 진출이 잇따르고 있다.
한국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전자ㆍ화학ㆍ통신 등 굴지의 대기업을 중심으로 비제약업종에서 1~2년 전부터 바이오ㆍ헬스케어 시장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삼성은 바이오로직스ㆍ바이오에피스 등을 통해 바이오시밀러 사업에 진출했고 전자를 주축으로 의료기기 사업도 속도를 내고 있다.
LG그룹도 LG생명과학과 LG유플러스 등을 주축으로 헬스케어를 신성장 동력으로 육성하기 위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SK그룹은 SK텔레콤과 SK케미칼 등을 주축으로 한화그룹은 한화케미칼이 중심이 돼 바이오ㆍ헬스케어를 집중 육성하고 있다.
제약과 관련이 없는 주요 그룹들이 바이오ㆍ헬스케어 산업에 뛰어든 이유는 앞으로 성장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세계 헬스케어 시장의 경우 규모가 2007년 1.9억달러에서 4.3억달러로 성장하고 노령화 가속화로 향후에도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한국과 일본의 바이오ㆍ헬스케어 진출은 미국ㆍ유럽 등 주요 기업에 비해 한걸음 뒤처진 상태다. 미국의 GE과 유럽의 존슨앤드존스 등이 이미 세계 헬스케어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바이오ㆍ헬스케어 육성에 뒤늦게 출사표를 던진 한국과 일본 기업들의 경우 세계 시장 진출을 위해 성장하는 과정에서 양국 기업 간의 경쟁이 불가피해 보인다. 업계 전문가는 "바이오ㆍ헬스케어의 경우 현재 미국과 유럽이 주도하고 있고 여기에 한국과 일본이 시장을 장악하기 위해 진출한 상태"라며 "결국 한국과 일본 기업 중에서 누가 바이오ㆍ헬스케어 선진 기업 대열에 들어가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ITㆍ전자산업은 한국이 일본을 따라 가면서 이제는 여러 분야에서 삼성ㆍLG 등이 선두권을 유지하고 있다. 바이오ㆍ헬스는 한국과 일본 기업 모두 비슷한 수준이라는 점이 다를 뿐이다.
이승철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글로벌 바이오ㆍ헬스케어 업체와의 수준 차이 극복이 최대 관건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