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경영을 위한 첫걸음이 시작됐다.’ 지난 1961년 출범이래 줄곧 ‘기업은행장=관료출신’이란 등식이 성립됐지만 이번 인사로 이 등식은 깨졌다. (기업은행의 내부승진 행장은 지난 1996년 농업은행 출신인 김승경 전행장이 유일했다.) 금융계에선 이 때문에 이번 내부인사 출신 기업은행장 내정에 대해 비상한 눈길을 보내고 있다. 지난해 말 기획재정부로부터 경영자율권 확대시범기관으로 선정됐던 기업은행이 이번 인사를 고리삼아 명실상부한 자율경영의 날갯짓을 활짝 펼칠지 주목된다. ◇경영연속성 확보= 은행을 잘 아는 조준희 행장내정자가 사령탑을 맡게 되면 기업은행이 매 3년마다 겪어야 했던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다. 지금까지 줄곧 관료출신 인사가 행장으로 오다보니 은행장 교체시마다 조직과 경영방향을 재점검하는 예열과정이 필수적으로 요구됐다. 금융계에선 이 때문에 기업은행이 매 3년을 주기로 ‘최고경영자(CEO) 리스크’를 겪는 것으로 이해했을 정도다. 조 내정자의 등장은 기업은행이 역점을 두고 진행해온 중소기업 지원업무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조 전무는 금융위기를 맞아 윤용로 전 행장과 함께 중소기업 지원에 총력을 기울였다. 당시 윤 행장과 함께 현장을 진두지휘했기 때문에 향후 중기지원 문제에 있어서도 정책의 단절없이 이끌어 나갈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중장기적인 민영화 대비도=기업은행 민영화 방침도 첫 내부출신 인사가 행장으로 나오게 되는데 일조한 것으로 보인다. 중장기 목표이기는 하지만 정부는 기업은행의 민영화를 정책과제로 세워놓고 있다. 기업은행이 경영자율권 확대시범기관으로 제몫을 톡톡히 해낸 점도 정부가 높이 평가한 것으로 해석된다. 기업은행은 올해만 1조4,000억원대의 당기순이익을 거둘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위기를 맞아 기업은행은 은행권 전체 중소기업 대출순증액의 절반가량을 담당하며 대출지원 업무에 충실했다. 그런데도 높은 수익성을 유지해 당국이 기업은행은 내부 인사를 통한 자율적인 경영을 하더라도 무리가 없겠다는 판단을 내리게 한 것으로 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금융계의 한 관계자는 “정부가 기업은행의 향후 자율경영 측면에 중점을 둔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외풍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지는 좀더 두고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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