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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제 혁명] 2-1. 첨단기술 속으로-디지털문명 전도사 ‘네트워크 머니’
입력2003-08-21 00:00:00
수정
2003.08.21 00:00:00
`디지털이다(Being Digital)`라는 책을 쓴 미국의 니콜라스 네그로폰테 교수는 `원자(Atom)` 중심의 물질문명이 `비트(Bit)` 중심의 디지털 문명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예언했다. 그리고 그의 예언에 부합하기라도 하듯 90년대 초반 인터넷이나 PC통신을 이용해 결제를 할 수 있는 네트워크 머니(네트워크형 전자화폐)가 등장했다. 화폐가 처음으로 디지털화 돼 온라인상에서 가치를 지니기 시작한 것이다.
네트워크 머니는 디지털이 가지고 있는 `평등`이라는 미덕을 가장 잘 드러낸 모범생이다. 인터넷이나 PC통신만 연결돼 있으면 별다른 주변기기가 없어도 전자화폐의 발행과 유통이 저렴한 비용으로 가능해 시장 진입이 누구에게나 자유롭기 때문이다.
네트워크 머니는 이 같은 편리성 때문에 초창기 전자화폐시장에서 가장 두각을 나타냈다. 하지만 일반인들의 컴퓨터에 대한 관심과 기술 이해도가 높아지면서 보안성에 대한 의심 등으로 아직 크게 활성화 되지는 않고 있다.
조영휴 한국전자지불포럼 사무국장은 “신용카드와 휴대폰 등의 다른 결제수단에 비해 네트워크 머니가 아직 큰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며 “그러나 인터넷을 통한 가치 창출은 아직 초기단계에 불과하기 때문에 네트워크 머니의 잠재력은 여전히 크다”고 말했다.
◇디지털 문명의 전도사=네트워크 머니의 출현은 새로운 결제수단의 등장으로서 뿐 아니라 `철학적`으로도 큰 의미를 지닌다. 바로 이전까지는 네트워크상에 개념상으로만 존재했던 사이버 공간에 `돈`이라는 현실을 결합시켰기 때문이다. 사이버 공간에 `생기`를 불어넣은 것이다.
네트워크 머니는 또 그동안 자본주의사회의 가장 큰 병폐로 지적돼오던 탈세와 불공정 경쟁, 차별 등의 문제를 근본적을 해결할 수 있는 수단으로 떠올랐다. 네트워크만 연결돼 있으면 누구나 `평등`하게 사용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그 사용여부가 투명해 탈세의 우려도 없기 때문이다. 또 돈이 많고 적음에 따라 사회적 대우가 달라지는 현실과 달리 네트워크 머니는 충전을 하는 방식과 이를 이용하는 데 있어서 빈부의 차이가 전혀 나지 않는다.
◇끊임없는 변신=초기의 네트워크 머니는 사용자가 ID와 요구금액을 은행에 통보하면, 은행이 이를 확인하고 사이버머니를 고객에게 온라인으로 전달하는 방식이었다. 그러나 최근 이 같은 초보적인 방식을 벗어나 다채로운 형식으로 활용되고 있다. 현재 네트워크 머니는 그 사용방법에 따라 크게 전자지갑형과 선불카드형, 신용카드형, 전자수표형, 계좌이체형, P2P형등 6가지 형태로 분류할 수 있다.
먼저 전자지갑형은 주로 `월릿(Wallet)`이라는 전자지갑 프로그램을 설치해 운영하는 방식이다. 이때의 전자지갑은 현실세계의 지갑을 가상의 세계로 옮겨 놓은 것이라고 보면 된다. 전자지갑에는 개인정보, 신용카드 정보, 보안인증서 등이 암호화 돼 저장된다. 그러나 정보가 저장돼 있을 뿐 실질적인 전자화폐는 서버에 연결돼 있다. 고객들은 이 전자화폐를 이용해 원하는 물품을 살 수 있고 다른 사람에게 빌려줄 수도 있다.
선불카드형은 공중전화 카드와 비슷한 소액 전자화폐로 인터넷의 유료서비스를 이용할 때 카드에 부여된 임시번호를 입력하면 일정금액 한도내에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이 같은 선불카드형 네트워크 머니는 특히 인터넷 국제전화서비스 등에 많이 쓰이고 있다.
P2P형은 이메일을 이용한 개인간의 자금이체 및 온라인 결제서비스를 말하는 것으로 돈은 지정된 은행계좌나 신용카드를 매개로 입출금된다. 현재 `다음` 등 국내 대부분의 포탈서비스들이 P2P형 네트워크머니 서비스를 하고 있다.
이밖에도 신용카드형과 전자수표형, 계좌이체형 등의 네트워크머니 지불방식이 있으나 그리 넓게 쓰이고 있지는 않다.
◇네트워크 머니의 미래=이 같은 장점들에도 불구하고 네트워크 머니는 일상에서 그리 널리 쓰이지 않고 있다. 특히 인터넷과 휴대폰, 신용카드산업이 발달한 국내시장의 경우 손쉽게 이용할 수 있는 결제수단이 너무 많아 오히려 네트워크 머니의 활용도가 떨어지는 측면도 있다.
국제결제은행(BIS)통계를 보면 이 같은 흐름이 전세계적으로 비슷한 것을 알 수 있다. 지난 2000년 전세계 네트워크 머니 시범사업 국가는 약 16개국에 총 19개의 프로젝트가 진행됐다. 그러나 지난 2002년에는 호주, 오스트리아 등 6개국 정도가 시험운영을 하고 있을 뿐이다. 같은 기간 IC카드형 전자화폐를 도입한 국가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것과 비교하면 대조적인 현상이다.
국내시장도 이 같은 침체를 겪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네트워크 머니 관련 전문업체 가운데 유일하게 코스닥에 상장됐던 `이코인`은 네트워크 머니 시장이 거의 성장하지 않자 지난 2002년 암진단 및 치료기술관련 바이오사업으로 방향을 바꾸고 상호도 `제테틱스홀딩스`로 바꿨다. 이밖에 데이콤 사이버패스나 아이캐시, 웹머니 등 대부분 네트워크 머니사들이 하나같이 아이템 전환을 계획하고 있거나 이미 바꿨다.
이 같은 네트워크 머니 시장의 침체는 인터넷 인프라는 충분하지만 이를 사용할 수 있는 소비처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전자상거래 사이트와 포털 사이트들이 결제수단으로 네트워크 머니를 거의 사용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심준보 한화증권 애널리스트는 “네트워크 머니 시장이 커지려면 이 신종 화폐를 소비할 수 있는 콘텐츠 등 `상품`들이 충분히 갖춰져야 한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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