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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나가는 그들에겐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
올 상반기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내며 승승장구하고 있는 국내 저비용항공사(LCC)들이 고객 잡기 투트랙 전략을 펼치며 변신에 나서고 있다. 앞다퉈 신규 여객기를 도입해 덩치를 키우는 한편 톡톡 튀는 감성(感性) 자극 마케팅을 확대하며 고객 마음 돌리기에 안간힘을 쓰는 LCC가 늘어나는 추세다. 더 이상 '싼 맛'에 고객을 늘려가던 옛 전략을 고수해서는 살아남기 힘들다는 게 LCC 업계 관계자들의 한결 같은 하소연이다. 자발적인 변신의 배경에 절박한 위기 의식이 있다는 것이다.
항공업계의 한 고위 관계자는 "올해 1·4분기 LCC의 국내선 점유율이 50%를 넘길 정도로 승객 수가 증가하고 있지만 외국계 LCC의 도전이 거세지는 등 항공사 간 경쟁도 그만큼 더 치열해지고 있다"며 "이 때문에 승객 확대를 통한 생존을 요구하는 최고경영자(CEO)들이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고객 감성을 흔들어라= 국내 LCC 5개사(제주항공·진에어·에어부산·이스타항공·티웨이항공)의 최근 마케팅 화두는 감성 자극으로 요약할 수 있다. 기존의 '저렴하지만 불편한' 여객기라는 인상으로는 더 이상 살아남기 어렵다고 보고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고객의 마음을 흔들기 위한 갖가지 아이디어도 쏟아지고 있다. 진에어는 기내에서 탑승객이 작성한 엽서를 100일 뒤 원하는 주소지에서 받아볼 수 있게 하는 '100일 후 애(愛)' 서비스를 8월1일부터 운영한다. 괌·방콕·오키나와·삿포로·홍콩·세부 등 진에어 국제선에 탑승하는 고객이 기내에서 엽서에 편지를 써 승무원에게 전달하면 이 편지가 100일 뒤에 도착한다. 여행에서 느낀 설렘이나 후일담 같은 감정을 시간이 흐른 뒤 펼쳐볼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진에어는 이에 앞서 지난 4월 인천-오사카 노선에서 싱글 남녀의 좌석을 동반 배정하는 '썸 존(zone)' 이벤트를 진행해 호응을 얻기도 했다.
여성 승객을 겨냥한 이벤트도 확대되는 추세다.
제주항공은 휴가철을 맞아 동남아 및 괌·사이판 노선에서 승객들이 직접 보드카 칵테일을 만들어 먹을 수 있는 '칵테일 키트'를 판매하고 있다. 아기자기한 재미를 원하는 여성 승객 맞춤형 서비스인 셈이다. 에어부산은 승무원이 직접 내린 고품질 드립커피를 맛볼 수 있는 '캐빈 바리스타' 서비스와 건조한 기내에서 얼굴 수분팩 등의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블루뷰티' 서비스 등을 제공하고 있다.
LCC의 최대 약점으로 꼽히던 기내식도 진화하고 있다. 제주항공은 업계 최초로 기내에서 소주를 판매한데 이어 비빔밥·스테이크·생선 같은 다양한 기내식을 내놓고 있다. 에어부산은 곤드레나물밥, 짜장새우볶음밥 등으로 천편일률적이던 메뉴의 선택폭을 넓혔다.
◇하드웨어 확대 경쟁= 소프트웨어 뿐 아니라 하드웨어 측면에서도 진화의 속도는 거세다. 항공업계 '빅3' 진입을 노리는 제주항공을 필두로 대한항공 자회사인 진에어와 이스타항공 등이 잇달아 여객기를 도입하며 덩치를 불리고 있다.
실제로 진에어는 지난 28일 창사 이후 처음으로 기령(비행기 나이) 0년의 신규 제작 항공기 B737-800을 도입했다. 이 여객기 도입에 따라 진에어의 항공기 보유 대수는 총 15대로 늘었다. 진에어는 올해 안에 항공기 3대를 추가 도입하고 내년 상반기에도 2대를 더 들여와 LCC 1위인 제주항공을 바짝 추격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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