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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계회사 로만손? "이미 종합 패션 기업"

매출 시계 20% 주얼리 55%

올 가방·보석 등 30% 성장 전망

향수 '쥬 퍼퓸' 이어 화장품 준비

"주얼리 전문브랜드로서 다양화"

지난 4월 스위스 바젤에서 열린 세계 최대 시계·보석 전시회인 '바젤월드(Basel World 2014)' 한국관에 마련된 로만손 부스 모습. /사진제공=로만손


한국 시계의 역사는 오리엔트 시계의 전신인 영명산업이 시계조립업을 시작한 1959년부터 시작된다. 삼성시계, 아남시계 등 한국 시계 산업을 이끌었던 업체들이 1970년대 줄이어 생겨났다. 로만손(026040)은 1988년 대기업이 주름잡던 시계 시장에 도전장을 내민 겁 없는 중소기업이었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삼성시계가 퇴출되고 대우자판이 시계사업부를 정리하며 본격적인 업계 물갈이가 시작됐을 때도 로만손은 1999년 코스닥 시장에 상장했다. 2001년에는 2,000만불 수출탑을 수상했고, 2003년 스위스 바젤 전시회에서 한국 최초 명품관을 선보였다.

그러나 현재 로만손은 시계 회사로 머물러 있지 않다. 명품주얼리와 패션주얼리 사이의 틈새시장인 브릿지 주얼리 시장을 개척해 제이에스티나, 이에스도나 열풍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가방, 화장품 등으로 제품군을 확장하고 있는 로만손은 이제 종합 패션기업을 꿈꾼다.

15일 서울 송파 본사에서 만난 김기석(사진) 로만손 사장은 "세이코는 세계적인 시계 기업이지만 시계 매출 비중이 10%도 안 된다"며 "로만손 역시 시계로 성장했지만 다양한 아이템을 출시하고 브랜드를 확장하고 있는 만큼 매출 규모를 키울 수 있는 여지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올해 매출은 14~15% 가량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이는데 특히 가방, 주얼리 부문이 약 30% 증가하면서 전반적인 외형 확대를 이끌 것"이라는 게 김 사장의 전망이다.

2003년 379억원의 매출을 올렸을 당시 93%에 달하는 실적이 시계에서 나왔다. 반면 지난해 시계 매출은 20%에 그쳤고 주얼리 매출은 55%, 가방 매출도 26%대로 뛰었다. 경기 악화, 주요 수출시장 정세불안 등으로 시계 부문이 적자로 돌아섰지만 다양한 아이템 확장을 통해 종합 패션기업으로 거듭나고 있다는 점에 증권업계에서는 로만손에 높은 점수를 주고 있다.

해외 성장에 대한 기대감도 빼놓을 수 없다. 로만손이 당분간 주력할 시장은 중국. 김 사장은 "지난 2월에는 중국의 프리미엄 오픈마켓 티몰에 브랜드관을 열며 온라인 시장 반응을 살피고 있다"며 "올 하반기에는 상하이에 중국 법인을 설립하고 베이징, 상하이 등 주요 공항 면세점에 입점한 후 내년부터 본토 매장을 낼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문을 연 하이난 면세점 역시 견조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뉴욕 플라자호텔 입성 이후 추가 매장을 내지 않고 있는 미국과 비교하면 공격적으로 보인다. 하지만 중국시장 역시 매장 수를 빠르게 늘리는 방식보다는 로만손만의 이미지를 만들어가며 서서히 사업을 확장하는 '린 스타트업' 경영이 필요하다는 게 김 사장의 지론이다.

김 사장은 "중국에서 제대로 자리를 잡게 되면 해외 어디에 매장을 내든 전세계로 뻗어 있는 중국인들이 우리 브랜드를 구매할 것"이라며 "경쟁사처럼 중국 대륙에 직접 진출하는 대신 3~4년전부터 한류 드라마를 통해 브랜드를 알리고 면세점에 매장을 마련하는 식으로 단계를 밟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빅뱅의 지드래곤을 뮤즈로 한 향수 브랜드 '쥬 퍼퓸' 출시 이후 화장품 사업도 속도를 내고 있다. 로만손이 프랑스 조향기업과 심혈을 기울여 디자인한 천연 향을 베이스로 올 하반기에는 바디 제품을 출시하고 색조화장품이나 기초화장품도 순차적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배우 공효진 씨를 모델로 한 패션주얼리 브랜드 '제이에스티나 레드' 런칭도 앞두고 있다. 김 사장은 "주얼리 전문 브랜드로서 고객 연령층이나 취향을 다양하게 소화할 수 있도록 틈새를 메우는 작업"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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