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경제위기 이후 구조조정 과정에서 합병을 통해 대형화에 이른 은행권이 이에 걸맞는 사옥을 찾지 못해 각종 불편을 감내하고 있다. 앞으로도 서울 시내에 수천 명이 한꺼번에 근무할 수 있는 건물을 찾기 어려워 이 같은 불편은 장기화될 전망이다. 대표적인 사례로 신한금융그룹을 들수 있다. 신한금융그룹은 서울 남대문앞 태평로 본사를 통합 은행의 본점 사옥으로 쓰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지만, 이 건물이 비좁아 인근에 위치한 ‘상공회의소’ 신사옥 3개층을 추가로 전세내는 방안을 협의 중이다. 신한은 상공회의소 사옥에 종금본부와 IT센터, IB센터 등 일부 부서를 이동 배치할 계획이다. 신한은 이와함께 합병을 통해 확보되는 청계천 조흥은행 본점에는 신한금융그룹의 자회사를 입주시키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골머리를 쓰기는 국민은행도 마찬가지. 국민은행은 동여의도본점과 서여의도 2개 빌딩, 명동사옥, 광화문 카드 본사 등 5개 빌딩으로 본사가 분산돼 각종 업무처리에 불편을 겪고 있다. 이에 따라 국민은행은 올초 강정원 행장 취임과 함께 여의도에 초고층형 신사옥을 건설하는 대신 기존 사옥을 매각하는 방안을 추진했지만 여의도 신사옥부지 장기 임대 계약이 차질을 빚으면서 본점 신축계획을 백지상태에서 다시 검토하고 있다. 국민은행 본점이 단일 건물로 본점 직원 전체를 수용하려면 최소한 건축면적 1만평이 넘어야 한다. 시중은행 가운데 가장 큰 사옥을 갖고 있는 우리은행 조차도 회현동 본점이 수용하는 인원이 2,500여 명에 불과해 서소문 명지 빌딩에 여신관리센터와 업무지원 본부를 분산 배치해 800여명을 수용하고 있다. 이 밖에 여의도 삼덕빌딩에는 콜센터를 분산 배치, 700여명이 근무하도록 하고 있다. 서울은행과 합병한 하나은행 역시 을지로 입구에 위치한 본점 사옥 만으로 전체 인력 수용이 어려워 을지로1가에 제2사옥을 두고 분산 근무를 하고 있다. 문제는 이 같은 ‘두 집 살림’이 은행의 업무 효율성을 떨어뜨릴 뿐 아니라 부서간 업무조정 등에 장애로 자리잡고 있다는 점이다. 국민은행의 고위 관계자는 “각종 회의를 포함한 경영활동을 위해 명동에서 여의도 본점까지 하루에도 몇 번을 왕복해야 하는 처지”라면서 “교통비 뿐 아니라 각종 인력이 여러 개의 사옥을 드나들면서 나타나는 후유증이 생각보다 심각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같은 상황에도 불구하고 은행권이 본점 신축이나 이전에 관해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더 이상 대형건물을 지을 수 있는 부지가 서울 시내에는 없기 때문이다. 그나마 신한은행이 기존 조흥은행 부지에 대형 건물을 신축할 수 있지만 그 마저도 부재 내에서 발견된 문화재 처리 문제로 난항을 겪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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