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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상하이증시(A주) 주식과 홍콩증시(H주) 주식을 교차 거래할 수 있도록 한 '후강퉁'이 시행된 지 100일이 지났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후강퉁이 처음 시행된 지난해 11월 17일부터 지난달 12일까지 3개월간(59거래일) 총 거래대금은 1조7,780억원(일평균 301억원)으로 집계됐다. 거래규모만 놓고 보면 당초 예상에 다소 못미치는 수준이다. 또 최근 들어 후강퉁 시행 초반보다 거래 규모가 줄어들고 있다는 점도 아쉬운 대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상승 흐름을 보이고 있는 중국 상하이·홍콩 증시는 여전히 매력적인 투자처로 꼽힌다. 실제 지난달 말 기준으로 상하이A주는 후강퉁 시행 이전에 비해 30% 이상 뛰었다. 홍콩H주 역시 같은 기간 동안 12% 상승했다. 후강퉁 시행과 동시에 중국 증시에 투자를 했다면 이미 상당한 수익을 거뒀을 것이란 얘기다. 중국 증시에 대한 전망도 밝은 편이다. 조용준 하나대투증권 리서치센터 센터장은 "현재 3,300포인트 선인 중국 상하이종합지수가 올해 안에 최대 3,950포인트까지 뛸 수 있다"고 내다봤다.
문제는 매수 시점이다. 일반투자자 입장에선 이미 오를 대로 오른 투자처에 올라타는 게 다소 꺼려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세계 두 번째 경제 대국인 중국의 자본시장이 본격적으로 빗장을 열어젖히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성장가능성이 여전히 크고,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할 경우, 성과를 거둘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의견이다.
김정환 유안타증권 본사 영업점 지점장은 "최근의 상승세에도 불구하고 중국 자본시장의 발전 가능성은 여전히 무궁무진하다"며 "단기적인 차익 실현을 위해 매수 시점을 조율하기 보다는 1년 이상을 염두에 둔 투자가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중국 증시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은 여전히 뜨거웠다.
지난달 25일 유안타증권이 서울 을지로 본사 영업점을 비롯한 전국 80여개 지점에서 개최한 후강퉁 투자 설명회에는 1,000명이 넘는 투자자들이 참석했다. 특히 이날 설명회에는 투자에 노련한 자산가들이 상당수 방문했다는 게 유안타의 설명이다. 세계 2위의 경제대국이지만, 중국은 여전히 연 7%를 웃도는 경제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또 자본시장의 빗장이 풀림에 따라 중장기적 관점에서 중국 증시의 미래를 낙관하고 후강퉁에 관심을 두는 투자자들이 많다는 것이다.
후강퉁 거래대금이 최근들어 줄어들고 있어, 투자자들의 열기도 그만큼 식지 않았을까 예단했지만, 현장의 분위기는 크게 달랐다. 강연자로 나선 정성주 유안타증권 대리가 구체적인 추천 종목을 빔프로젝터에 띄우며 설명할 때는 내용을 담아두기 위해 필기구를 꺼내거나 스마트폰으로 사진 촬영을 하는 모습도 투자설명회 곳곳에서 연출됐다. 유안타증권 관계자는 "국내 증시에서 수익을 내는 데 한계를 느낀 고령층 자산가들이 후강퉁에 가장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귀띔했다.
중국 당국의 경제 정책과 관련된 기업들이 추천 종목으로 꼽혔다. 중국의 경우 현 지도부의 임기가 오는 2022년까지 보장돼 있는 만큼 정책 관련 수혜주가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부각될 수밖에 없다는 게 증권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우선적으로 거론된 것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신경제구상인 '일대일로(一帶一路)' 관련 수혜주다. 일대일로는 중국의 중앙아시아 진출 프로젝트인 '실크로드 경제벨트'와 바닷길을 통해 동남아시아와의 연결을 모색하는 '21세기 해상실크로드'를 묶어놓은 개념이다. 중국 내부에서는 사상 최대의 사회간접자본(SOC) 투자사업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오는 5일 개최될 예정인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세부 방안이 언급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향후 5년 간 철도·도로·발전·건설 등 SOC와 밀접한 연관이 있는 종목이 수혜를 누릴 것으로 보인다.
중국 내 신설되는 자유무역지대 관련 주식도 유망주로 꼽혔다. 중국 당국은 지난해 말 광둥·푸젠·텐진 등에 새로운 자유무역지대를 설치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자유무역지대는 현재 상하이에만 설립돼 있다. 신설되는 세 곳의 자유무역지대에서는 외국인 투자 촉진을 위해 위안화 및 시장금리 자유화 등의 개혁 조치가 시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 대리는 "자유무역지대에서 항만·물류서비스를 담당하고 있는 업체들이 앞으로 부각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도 중국의 환경 규제 정책과 관련해 청정에너지 발전 사업 및 친환경 자동차 생산 업체 등이 추천 종목으로 제시됐다.
뒤이어 진행된 질의응답 시간에는 주식 매수 시점에 대한 질문이 쏟아졌다. 한 60대 여성은 "상하이지수가 계속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는데 내일 당장이라도 들어가야 하는가"라는 '돌직구'성 질문을 던졌고, 70대 남성은 "멀리 내다볼 수 있는 종목을 더 추천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김정환 유안타증권 본사 영업점 지점장은 "분산투자 전략을 통해 소액은 단기투자 종목에 넣고, 나머지는 중장기적으로 발전 가능성이 있는 영역에 투입하는 게 가장 좋은 그림"이라고 조언했다.
이 같은 전략에 대해 투자설명회에 참석한 일반투자자 중 상당수는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50대 여성 이모씨는 "현재는 약 금융자산의 약 10% 정도를 중국 증시에 투자하고 있지만 점차적으로 20~30% 수준으로 늘려갈 예정"이라며 "적어도 5년 정도는 바라보고 투자에 임할 것"이라고 말했다. 70대 남성 권모씨 역시 "지난해 국내 주식시장에서 화학·자동차 관련주에 투자했다가 큰 손해를 본 뒤 대형주에 대한 관심이 뚝 떨어졌다"며 "중국증시 상황을 조금 더 지켜본 뒤 오래 두고 볼 수 있는 종목으로 투자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중국 추천주 10選 지민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