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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두색 바탕에 검은색 코끼리 머리가 그려진 메모 애플리케이션을 전세계 6,600만명의 인구가 사용하게 만드는데 걸린 시간은 5년. 앱 출시 3년차인 2010년부터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렸고 현재 총 48개 언어로 번역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국내에서만 약 180만명의 사용자를 확보했고, 최근에는 매달 4만명씩 신규 가입하고 있다. 메모 앱의 대명사 '에버노트' 얘기다.
에버노트의 기업가치는 2~3년 전 10억달러 수준을 넘어선 것으로 추산된다. 창업 2~3년차에 1조원 이상의 가치를 인정받은 셈이다.
1일 서울 강남의 한 카페에서 만난 트로이 말론(사진) 에버노트 아태지역 총괄 사장은 "유료 제품과 다를 바 없는 무료 제품을 배포해 마니아층을 확보한 전략 덕분에 에버노트는 광고비를 지출하지 않고도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갈 수 있었다"며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려는 한국의 스타트업도 에버노트의 성공 방정식을 참고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말론 사장은 20년전 한국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어 일상생활에서 한국어로 구사할 수 있는 지한파다.
에버노트는 컴퓨터ㆍ스마트폰ㆍ태블릿PC 등 모든 기기를 통해 언제든지 기록하고 기록을 찾아볼 수 있도록 하는 '제2의 두뇌'를 표방한다. 유료와 무료 제품의 차이는 일정 기간 업로드할 수 있는 데이터 용량 뿐이다. 에버노트가 삶의 일부가 되기 시작하면 유료제품을 구입하는 사용자들이 늘어나기 시작하고 입소문을 내 다른 고객들을 끌어온다는 게말론 사장의 설명이다.
말론 사장은 "5년간 고객들을 분석한 결과 매월 100명이 무료 버전을 다운로드한다면 첫번째 달에는 유료전환하는 고객이 1명도 안되지만 1년이 지나면 8명, 이듬해 13명, 4년 후에는 23명이 돈을 내기 시작했다"며 "삶의 모든 것을 에버노트에 기록하다 보면 시간이 지날수록 가치있는 서비스가 될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또다른 에버노트의 원칙은 새로운 기기나 운영체제(OS)가 나올 때마다 전용 애플리케이션을 최초로 출시하는 것. 광고비를 내지 않아도 구글이나 애플, 마이크로소프트가 에버노트를 적극 홍보해주는 이유다. 말론 사장은 "구글글래스가 나왔을 때 총 4개의 앱이 출시됐는데 2개는 구글, 2개는 에버노트의 제품이었다"며 "모든 기기와 운영체제에 맞는 최초의 앱을 출시하자는 원칙을 세우고 나니 대기업들이 우리 제품을 홍보해주더라"고 설명했다.
에버노트의 성공비결로 빼놓을 수 없는 또 한가지는 '오픈 이노베이션'. 특히 현지시장에서 많은 유저들을 확보하고 있고 독보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앱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API(application program interface)를 공유하는 전략이다. 현재 에버노트 데이터를 연동할 수 있는 앱은 수천여개.
카카오톡ㆍ어썸노트ㆍ비스킷 등 한국에서만 14개 앱과 제휴를 맺었고 개발자 대회인 해커톤도 한국에서 최초로 개최했다. 말론 사장은 "에버노트 API를 공개해 전세계 2만명 이상의 외부 개발자들과 에버노트를 다채롭게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고 꾸준히 지원도 한다"며 "한국 스타트업에게는 세계 시장의 고객을 확보할 수 있는 기회가 되고 에버노트는 메모 플랫폼으로서 제품 완성도를 높일 수 있으니 윈윈"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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