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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경제와 에너지정책

우리가 지난 40년 동안 개발경제를 해오는 동안 중화학공업에 역점을 둬 선박은 세계 1위, 철강ㆍ자동차ㆍ석유화학 산업은 세계 5위권 이내에 들어가게 됐고 세계 11위권의 무역국가로 성장하게 됐다. 미국석유협회(API)에서 석유는 산업의 동력이고 심장이라고 정의한 바와 같이 우리나라 산업발전의 이면에는 석유를 비롯한 에너지산업의 경쟁력이 뒷받침돼왔고 앞으로 우리가 세계경제 6강(G6)으로 나아가고자 할 때 그 기반으로서 에너지산업의 경쟁력은 더욱 강화돼야 할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 석유산업의 당면 과제는 원유가 한방울도 생산되지 않는 나라로서 해외유전 개발투자로 인한 자주개발 원유도입률을 높이고 환경보호 차원에서 탈황의 고품질 석유를 생산하는 것이다. 일본은 우리와 같이 석유자원이 없지만 유전에 대한 해외합작투자로 인해 자주개발 원유도입률이 15%에 달하고 원유의 수입의존도가 97%에 달하는 독일과 프랑스의 경우도 자주개발 원유도입률이 각각 22%, 77%에 이르고 있지만 우리는 2%에 불과하다. 따라서 석유의 안정적 공급 차원에서 자주개발 원유도입률을 우선 일본 수준으로 제고하는 것이 급선무라 하겠다. 아울러 청정에너지, 즉 탈황의 고품질 석유(환경부는 현재 황함량 경유 430ppm, 휘발유 130ppm 수준을 3~4년 내에 15~30ppm까지 규제추진)를 생산하기 위해 7조원에 이르는 신규 설비자금이 요구되는데 이는 정유산업의 재투자에 의해서 이뤄져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지난 97년 수입자유화에 의해 석유제품시장이 개방되고 불과 5년 만에 수입품에 13%의 시장을 내주게 되면서 우리나라의 정유산업은 2000년 이후 약 1조원에 육박하는 막대한 경상적자에 직면하게 됐다. 현재 우리나라 정유 5개사 가운데 그룹 2개사를 제외하고 나머지 3개사는 경영권 해외매각 또는 법정관리 등으로 존폐위기에 놓인 실정이다. 미국ㆍ일본 등 주요 석유소비국들은 소비지정제주의를 채택해 자국에서 쓰는 석유는 자국에서 정제 생산하는 것이 원칙이다. 왜냐하면 석유제품 시장은 주로 잉여 제품을 처리하기 위한 한계시장으로서 국내 필요 석유제품을 수입에 의존할 경우 석유공급의 안정성을 기할 수 없기 때문이다. 또한 이들 국가들은 수입 개방하는 경우에도 원유수입에는 1% 이내의 관세를 부과하고 수입석유제품에는 최대 원유대비 19배까지 관세를 부과함으로써 에너지 수급의 안보를 기하는 것이 세계적인 관행이다. 이는 석유가 전략 물자이기 때문이다. 에너지 집약적 장치산업 위주의 산업구조상 석유의존도가 높고 국제에너지기구(IEA)의 통계에 의하면 미국ㆍ일본에 이어 세계 3위의 원유수입국가인 우리가 소비지정제주의를 포기할 수는 없다. 더욱이 우리는 총외채가 올해 8월 말 현재 1,296억달러로 아직도 세계 4위의 외채대국으로서 무역흑자는 중요한 정책과제이다. 남미의 아르헨티나와 같이 수입자유화의 물결에 따라 굴뚝산업은 문닫고 무역상만 활성화되는 제조업 공동화는 어느 모로 보나 바람직하지 않은 경제현상이다. 형평성의 면에서도 철강ㆍ커피ㆍ원두 등 국내 비경쟁 원재료에 대한 일반적 관세율이 1~2% 수준인 데 비해 원유에만 5%의 관세를 부과하는 것은 무리라고 생각된다. 세수면에서 담배는 지방세 단일품목으로 3조6,000억원, 주류는 내국세로서 2조5,000억원인 데 비해 석유는 네가지 세목(관세ㆍ교통세ㆍ교육세 및 주행세)으로 16조원을 징수하는 효자품목이다. 이런 담세원천인 정유산업의 위기를 방치한다면 국민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지대할 것이다. 최근 국책연구기관인 조세연구원이 발표한 '원유 및 석유제품의 적정관세율 연구'보고서에 의하면 원유관세 인하에 따른 후생증진효과, 생산 및 물가파급효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국민경제 차원에서 원유도입관세는 무세 혹은 저율로 낮춰야 한다고 지적하고 석유제품 수입에는 8%의 관세부과를 제시했다. 즉 원유관세율을 인하 또는 무세화할 경우 포기되는 세수보다 더 큰 실질소득 증대효과를 기대할 수 있으며 국내 석유산업의 생산능력 확보는 전반적인 국민경제의 위험관리 차원에서 중요하다고 전제하고 소비지정제주의를 석유산업 자유화 이후에도 계속해서 시행하기 위해서는 원유관세를 인하해야 한다고 밝혔다. 존폐 위기에 봉착한 정유업계는 최근 조세연구원이 작성한 연구결과를 토대로 원유도입 무관세화와 석유제품수입에 대한 차등관세폭의 확대를 건의했다. 대 이라크 공격의 전운이 감돌면서 지난해 배럴당 18달러이던 유가는 이제 29달러에 이르렀고 전쟁이 장기화될 경우 유가는 40달러선에 이를 것으로 전망돼 고유가는 내년도 경제운영에 큰 걸림돌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국가경쟁력 강화라는 측면에서 석유산업에 대한 정책 전환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박은태<한국석유협회장> document.write(ad_script1); ▲Top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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