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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오른 면세점 전쟁] 서울시 가세… 다크호스로 부상

■ 서울 시내 면세점<br>서울관광마케팅 적자 탓에 새 수익모델 절실<br>호텔신라·롯데 등과 입찰 합종연횡 가능성도


지난 6월 개장한 갤러리아 제주공항 면세점이 관광객들로 북적이고 있다. /사진제공=한화갤러리아

서울시가 서울 시내 면세점 사업에 뛰어든다. 정부가 서울 도심에만 2~3개 면세점을 추가로 허용할 방침인 가운데 신세계·갤러리아 등이 면세점 유치전에 사활을 걸고 있는 상황에서 서울시가 핵심 변수로 떠오른 것이다.

27일 서울시 및 관련 업계에 따르면 시는 서울관광마케팅을 통해 시내 면세점 사업에 진출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서울관광마케팅은 관광홍보와 마이스(MICE·전시컨벤션) 유치를 전담하기 위해 지난 2008년 시티드림과 롯데관광개발 등 민간기업 16개사가 모여 함께 만든 회사다. 자본금은 207억원으로 서울시는 48.1%의 지분을 보유 중이다.

이에 따라 올해 6월 개장한 제주공항 면세점에서 톡톡히 재미를 본 덕에 시내 면세점 진입 욕구가 높은 갤러리아그룹을 비롯해 첫 면세점 진출을 위해 태스크포스(TF) 팀을 꾸린 현대백화점그룹, SK그룹의 워커힐과 신세계그룹으로 압축됐던 시내 면세점 입찰전이 기존 4파전에서 서울시의 돌연 참여 선언으로 6~7파전까지 경쟁의 판이 확대된 형국이다.

서울시가 면세점 사업에 적극적인 것은 서울관광마케팅이 매년 큰 폭의 적자를 내면서 자본잠식 상태에 빠져 새로운 수익모델이 절실하기 때문이다. 서울관광마케팅은 설립 이후 지난해까지 5년 연속 매년 수억에서 수십억 원의 적자를 봤다. 이에 따라 서울시는 면세점 사업 진출 등을 통해 새로운 수익원을 창출하고 수익은 관광산업에 재투자한다는 구상이다.

이와 관련, 시는 서울의 면세점 추가 허용과 공기업도 참여할 수 있도록 수년 동안 정부를 설득해왔다. 올 8월에는 면세점 사업 진출을 위한 조례를 제정하는 등 사전 준비작업을 끝낸 상태다. 서울시의 한 관계자는 "서울시가 꾸준히 건의해온 공기업의 면세점 참여도 허용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해 면세점 사업 진출을 위한 내부 사전 검토작업을 진행 중"이라며 "조만간 검토안을 박원순 서울시장에 보고하고 결론을 내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서울관광마케팅이 면세점 입찰의 최대 변수로 떠오르며 시내 면세점 사업자 후보의 주판알 튕기기가 본격 시작됐다. 서울시가 면세점 사업에 진출하더라도 면세점 초기 운용자금 및 운영 노하우가 없는 탓에 명분이 필요한 대기업과의 컨소시엄을 통해 윈윈전략을 펼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미 신세계조선호텔은 일찌감치 면세점 입찰을 위한 TF를 꾸리고 서울관광마케팅과 이달 중순 회의를 갖고 협의 가능성을 타진했다. 현재 신세계는 시장조사와 사업타당성을 면밀히 검토하며 입찰 전 준비에 돌입했다. 신세계그룹은 국내 최대 로펌 김앤장과 계약을 맺는 등 입찰 성공을 위해 전사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해공항 입성을 시작으로 면세점 사업에 뛰어든 신세계그룹의 경우 면세점 사업을 신성장동력으로 삼고 있어 시내 면세점 진출은 생존을 위해 필수적이다. 더욱이 신세계조선호텔이 김해공항 면세점 사업의 무거운 비용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올 상반기 사상 처음으로 73억원의 영업적자를 내 시내 면세점 사업 확보로 활로를 모색해야 하는 상황이다.



롯데·신라·동화면세점 등과 달리 서울 광진구 광장동에 위치해 지리적으로 불리한 입지에 있는 SK그룹의 워커힐 역시 그동안 쌓아온 중국 VIP 마케팅 노하우와 강점인 하이엔드 부티크 등을 앞세워 서울시와의 합종연횡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면세점과 호텔신라의 경우 기존 서울 시내 면세점을 양분해 독점하다시피 하고 있다는 점이 약점으로 부각돼 이번 추가 입찰에 제외될 것이라는 우려가 많았지만 서울관광마케팅의 '컨소시엄 변수'로 황금알 잡는 면세점 대전은 새로운 형국을 맞게 됐다.

특히 신라면세점의 경우 서울 소공동·잠실·코엑스 등 3곳에 둥지를 튼 롯데면세점과 달리 장충동 한 곳에만 있을뿐더러 신세계그룹과 달리 오랜 기간 쌓인 노련한 면세점 운영 노하우를 보유하고 있다는 입장을 내세우고 있다. 더욱이 서울시와 함께 가면 대기업이 면세 사업을 독식한다는 비난 여론을 잠재울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크다.

서울시 입장에서는 국내 41개 면세점을 운영하고 있는 22개 사업자들 가운데 롯데와 신라면세점만이 흑자를 내고 있다는 점에 비춰 성공이 담보된 호텔신라와 전격 손을 잡을 가능성도 대두되고 있다. 서울관광마케팅의 민간주주가 시티드림(14.4%)과 롯데관광개발(4.8%)을 비롯해 호텔신라가 포함돼 있어 호텔신라와의 동행이 자연스럽다는 얘기도 나온다.

면세점 업계의 한 관계자는 "서울시가 대기업과 중소기업 제품의 판로 확대를 위해 면세점 입찰에 나서기를 원하는 중소기업중앙회와도 손을 잡을 수 있다는 관측도 흘러나오고 있다"면서 "시간이 촉박한 만큼 대기업 및 중소기업과 서울시와의 막판 물밑작업이 가파르게 진행되고 있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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