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카드는 보유 중인 제일모직 주식 244만9,713주를 오는 5일 시간 외 대량매매 방식을 통해 삼성전자에 매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제일모직 주식의 이날 종가는 6만9,000원으로 총 매각금액은 1,690억원이다. 삼성전자는 SDI 지분을 13.5% 보유하고 있는데 카드로부터 주식을 매입하면 지분율이 18.3%까지 올라간다. 여기에 SDI로부터 자사주 4.8%를 매입하면 20%가 넘는 지분율을 확보하게 된다. SDI는 회사가 보유한 4.8% 규모의 자사주를 역시 5일 장 개시 전 대량매매를 통해 매각할 예정이다. 매각규모는 3,442억원이다. SDI는 삼성전자에 2차전지를 공급하는 주요 계열사다. SDI의 자사주를 삼성전자가 매입한 것은 운영자금 지원 차원이라는 설명이다.
더욱이 SDI에 대한 삼성전자의 지배력 강화는 전자 분야 계열사의 수직계열화 흐름과도 맥이 닿아 있다. 삼성전자의 한 관계자는 "SDI와 제일모직의 합병으로 2차전지 사업에 소재 경쟁력이 더해지면서 삼성전자의 수직계열화가 탄력을 받을 것"이라며 "카드의 제일모직 지분 정리는 지배구조와 상관없는 '잔가지' 지분을 정리하는 작업의 일환"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SDI 지분율을 확대하는 것을 두고 지주회사 전환과 연결짓는 시각도 있다. 향후 인적분할을 통해 지주사로 전환하기 전에 전자 분야의 핵심 계열사인 SDI에 대한 지배력을 높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특히 SDI는 그룹의 지배구조와 관련해 중요한 위치에 있는 삼성물산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안정적인 경영권 확보가 필요하다.
SDI는 물산 지분을 7.2% 보유 중으로 순환출자 구조 해소 과정에서 지분을 매각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물산의 경우 삼성전자 주식을 4%나 갖고 있는 회사여서 그룹 외 다른 곳에 팔기 어렵다. 이에 따라 SDI의 물산 지분과 물산의 종합화학 지분(36.99%)을 스와프(교환)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이렇게 되면 삼성전자는 SDI를 통해 화학 계열사도 지배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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