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이 29일 거시경제 방향과 관련, 평소와는 다른 뉘앙스를 풍길 수도 있는 발언을 내놓았다. 일각에서는 단어 선택의 차이였을 뿐 큰 기조의 변화는 없다고 보고 있지만 정책 당국자의 미묘한 단어 선택이 향후 경제운용 방향의 전환을 뜻하는 것일 수도 있다는 추측을 낳고 있어 주목된다. 윤 장관은 이날 한국표준협회 초청 최고경영자 조찬간담회에서 "거시경제의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재정ㆍ통화 등 거시정책의 안정적 운용이 뒷받침돼야 한다"며 "경제 여건에 맞춰 거시정책을 탄력적으로 운용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경제에 대한 충격을 최소화하고 예측 가능한 방향으로 조율해나가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외환시장과 관련한 이례적인 언급도 주목을 받았다. 윤 장관은 "금융기관의 외화차입과 외국인 투자자금 유ㆍ출입에 대한 슬기로운 대응으로 보다 안정된 외환시장을 구축하는 일이 앞으로 해결해나가야 할 중요한 과제"라고 말했다. 윤 장관의 이날 발언은 두 가지 관점에서 의미심장했다. 우선 국내 경제운용에 대해 '확장적 거시정책을 유지한다'는 일관된 기조가 변한 것이다. 윤 장관은 지난 2월 국회에 출석한 자리에서까지 "당분간은 확장적 거시경제정책을 지속해야 한다"고 언급했고 8일 외신기자클럽 간담회에서도 "현재의 확장적 정책을 너무 일찍 거둬들여도, 너무 오래 유지해서도 안 된다. 정부는 신중하고 균형 잡힌 접근법을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제운용을 설명하는 단어가 '확장적'에서 '탄력적'으로 바뀌면서 경제에 대한 충격을 최소화하고 예측 가능한 방향으로 조율해나가야 한다는 점을 언급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최근 재정부 경제정책국장이 "출구전략 문제도 생각할 수 있는 단계까지 오지 않았나 생각한다"는 발언으로 채권시장을 뒤흔든 지 일주일 만에 나왔다는 점에서 당국의 의중에 대한 시장의 해석이 더욱 복잡해지고 있다. 윤 장관은 간담회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거시정책에 근본적인 변화는 아직 없지만 지켜봐야 하지 않겠나"라며 여운을 남겼다. 외환시장에 대한 언급은 보다 민감하다. '금융기관 외화차입'과 '외국인 투자자금 유ㆍ출입'이라는 구체적인 사례까지 언급해가며 밝힌 '슬기로운 대응'의 정체를 두고 시장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일각에서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제안했던 은행세를 도입하지 않겠냐는 추측도 내놓고 있지만 미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며 공적자금을 투입하지 않았고 기축통화 국가가 아니라는 점에서 미국 제도를 직접적으로 도입하기는 힘들 것으로 전망된다. 재정부의 한 관계자는 "시장의 부작용을 감안한다면 섣부른 폐쇄적 조치는 생각하기 힘들다"며 "결국 국제공조를 통해 해결하는 길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오는 6월에 있을 주요20개국(G20) 캐나다 정상회의에 맞춰 국제통화기금(IMF)의 중간보고서가 나오면 그에 따라 간접적인 외환조달비용 부과 등 국제기준에 맞는 외환시장 규율이 준비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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