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와 해외 증시 사이의 '탈동조화(디커플링·Decoupling)' 현상이 지속되자 국내 투자자들의 상대적 박탈감이 커지고 있다. 미국의 다우존스와 중국 상하이지수는 연중 고점을 향해 치닫고 있지만 코스피지수는 '헛바퀴'만 돌리고 있다. 이는 국내 증시가 연초부터 빠른 경기회복을 바탕으로 상승세를 보이다가 이제는 정점을 지난 반면 미국은 정점을 향해 달리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결국 이번 디커플링은 '모멘텀의 시간차'에 따른 것이라는 점에서 이런 현상은 점차 약화될 것으로 점쳐졌다. ◇코스피지수, 1,600포인트대서 '헛바퀴'만 굴려=24일 코스피지수는 전일에 비해 12.63포인트(0.78%) 하락한 1,606.42포인트로 장을 마감했다. 외국인과 기관이 '팔자'에 나서면서 지수를 1,600포인트 근처까지 다시 끌어내렸다. 특히 전일 미국 증시가 1% 넘는 급등세를 나타냈지만 '뉴욕의 온기'는 국내 시장으로 전해지지 못했다. 오히려 외국인이 이틀 연속 순매도에 나서면서 최근 불거지기 시작한 '연말랠리' 기대감에 찬물을 끼얹었다. 다우존스산업지수는 전일 경기개선 기대감으로 급등, 1만450포인트까지 오르면서 4거래일 만에 다시 연중 최고치를 넘어섰다. 중국의 상하이지수 역시 이날 하락세를 보였지만 최근 3,300선마저 돌파, 지난 7월 연중고점(3,470포인트) 부근까지 바짝 다가서는 모습이다. 반면 국내 증시는 지난 9월 말 1,700선을 뚫은 이후 등락을 거듭하다 최근에는 1,600포인트선에서 제자리걸음을 계속하고 있다. ◇'모멘텀 시간차'가 원인=국내 증시가 미국 등 해외 증시와는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는 이유로는 경기 모멘텀의 시점이 다르다는 점을 들 수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나라마다 경기회복 속도에서 차이를 보이면서 주가 상승도 시차를 두고 나타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미국의 경우 오는 27일 블랙프라이데이를 앞두고 소비 등 실물경기 회복 기대감이 커지고 있고 주택 관련 지표도 개선되고 있다. 하지만 국내는 이미 지난 3·4분기를 기점으로 기업이익 모멘텀은 정점을 지났고 부동산 가격 역시 정체를 보이는 등 자산 가격 상승 기대감도 약화된 상태다. 더구나 이날 발표된 한국은행의 11월 소비자심리지수도 8개월 만에 하락세로 전환한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증시의 모멘텀도 약화되면서 코스피지수가 미국발(發) 호재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김세중 신영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국내 기업 실적은 지난 3·4분기에 정점을 쳤지만 미국은 4·4분기에 대한 기대감이 높다"며 "결국 우리 증시의 모멘텀이 '정점'의 후반부를 지나가고 있는 반면 미국은 중반부를 지나고 있는 점이 디커플링의 가장 큰 원인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차별화 현상 곧 끝날 듯=이런 탈동조화 현상은 오랫동안 지속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미 미국 증시의 경우 과열 경고음이 나올 수 있는 구간에 진입했고 국내 증시는 '저평가'에 대한 메리트가 부각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승우 대우증권 연구원은 "현재 상황은 엄밀히 따지면 미국과 국내 증시의 방향이 다른 '디커플링'이라기보다는 상승 시점이 차이를 보이는 것으로 봐야 하는데 연말로 갈수록 이런 현상은 완화될 것"이라며 "국내 증시가 크게 오르기보다는 미국 증시가 다소 조정을 받는 수준으로 동조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류용석 현대증권 시황분석팀장은 "국내 경기는 연말까지 각종 경제지표에 대한 기대감은 덜하지만 현 지수대에서는 '싸다'는 메리트가 충분히 나올 수 있다"며 "연말로 접어들면서 차별화 현상은 완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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