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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오후 SK텔레콤 본사에서 하성민 사장과 김봉호 노조위원장이 악수를 나눴다. 창사 이해 처음으로 무교섭으로 임금ㆍ단체협약을 타결하는 데 합의한 뒤였다.
SK텔레콤 노사가 어느 날 갑자기 이처럼 친밀한 관계를 맺게 된 건 아니다. 합의에 앞서 김 위원장은 사측의 제안을 설명하기 위해 2주간 전국 곳곳의 지역본부에 근무하는 대의원들을 찾아 다녔다. 전망이 불투명한 통신시장 환경에 위기감을 느끼고 있던 대의원들은 사측 요구에 어렵지 않게 공감했다. 게다가 SK텔레콤 임직원 3,000여명이 지난해 말부터 워크숍과 세미나를 통해 함께 '신(新)경영비전'을 만드는 과정에 참여하면서 구성원들 간의 신뢰도가 높아진 상태였다.
덕분에 지난 3월29일 정기 대의원회의에서 거의 만장일치로 사측과의 합의안이 통과됐다. 김 위원장은 "이전까지는 사측에서 위기의식을 부추기는 측면이 있었는데 이번에 현장에서 구성원들을 만나봤더니 스스로가 위기의식을 갖고 있었다"며 "회사를 상대로 투쟁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제대로 한 번 같이 해 보자는 생각이 컸다"고 설명했다.
현재 이동통신 시장에서는 치열한 롱텀에볼루션(LTE)가입자 확보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SK텔레콤 으로선 지난해 인수한 하이닉스를 통해 반도체 시장에 뛰어드는 새로운 도전도 이제 시작이다. 19대 총선에서 여야 할 것 없이 통신비 인하 공약을 내거는 등 시장 외부의 압박도 만만치 않다.
SK텔레콤 노사는 임단협 대신 '신경영비전' 현실화를 위해 힘을 합칠 계획이다. 지난달 말 공개된 신경영비전은 '새로운 가능성의 동반자'로 압축된다. 이는 급변하는 정보통신기술(ICT) 시장에서 임직원ㆍ가입자ㆍ협력사 등 모든 이해관계자가 함께 산업간 경계를 뛰어넘는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사회 전반에서 삶을 풍요롭게 한다는 의미다. 특히 오는 2020년까지 기업가치 100조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도 담겼다. 김 위원장은 "더 이상의 성장이 어려운 상황을 타개해야 한다는 고민을 누구나 하고 있었는데 마침 사측에서 화두를 던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SK텔레콤 노사는 10일 노사 대화합 선언식에서 ▦신경영비전 달성을 통해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확보, 고객만족과 사회발전에 기여하고 ▦임직원이 자긍심을 갖고 회사의 성장과 함께 더 행복해질 수 있도록 노력하며 ▦신경영비전 달성의 의지를 담아 회사와 구성원이 일로매진(一路邁進) 하자는 등의 3개항에 합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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