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양천구 목동에 거주하는 정은희씨(61ㆍ가명)는 지난 해 5월을 잊지 못한다. "투자만 하면 대박"이라는 지인의 말만 듣고 삼성생명 공모주 청약에 쌈짓돈을 투자했기 때문이다. 주식 투자에는 문외한이었지만 당시 여기저기서 삼성생명에 투자하라는 말이 들리자 앞뒤 생각하지 않고 목돈을 투자했다. 그러나 상장 1년이 지났지만 지난 27일 현재 삼성생명의 주가는 8만9,000원으로 공모가 11만원을 훨씬 밑돌고 있다. 11만원을 웃돈 시기도 많지 않은데도 웃돌아도 소폭 웃돈 수준이다. 정 씨는 요즈음 "나중에는 오르겠지, 오르겠지"하며 스스로를 위로하고 있다. 대어(大魚)급 장외기업들이 증시 입성을 본격화하며 기업공개(IPO)시장이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증시 일각에서는 대기업 계열사를 비롯한 알짜배기 장외기업들의 상장 추진에 올해 IPO시장 규모가 10조5,000억원에 이를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내놓고 있다. 반면 이를 바라보는 투자자들의 표정은 그리 밝지 않다. 지난해 IPO시장 규모가 10조원을 돌파하는 등 문전성시를 이뤘지만 정작 투자에 나선 개인 투자자들이 지금까지 보유하고 있다면 별 재미를 보지 못한 셈이다. 전문가들은 준비 없는 투자가 손실로, 이는 곧 두려움이라는 결과를 초래했다며 '옥석가리기'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묻지마 투자"가 손실이라는 결말로 이어진 만큼 철저한 기업 분석에 기인한 투자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사상 최고의 호황이 예상되는 IPO시장, 손실 아닌 수익이란 결실을 맺을 수 있는 공모주 투자방법에 대해 알아보자. ■달아오르는 IPO시장 "옥석 가려서 투자하라" 대어(大魚)급 장외기업들이 국내 증시 입성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며 개인 투자자들의 시선이 기업공개(IPO)시장으로 쏠리고 있다. 최근 진행된 골프존의 공모주 청약에 3조원 이상의 자금이 유입될 정도로 갈 곳 잃은 시중 유동 자금이 IPO시장으로 발길을 옮기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골프존이 상장 이후 공모가(8만5,000원)를 밑돌자 IPO시장에 대한 기대감은 혹시 모를 손실에 대한 우려로 바뀌고 있다. 특히 지난해 삼성생명과 만도 등 초우량기업들의 연이은 상장행진으로 IPO시장이 최고의 호황기를 누렸지만 개인 투자자들은 대체로 손실만 본 상태라 '대박'이란 기대감보다는 혹시 모를 손실에 대한 불안감에 휩싸여있다. 전문가들은 우려만 앞세우기보다는 기본에 충실한 자세로 투자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한다. 기관과 금융감독당국 등이 빚어낸 인재(人災)라는 측면에서 '유비무환(有備無患)'식의 철저한 사전조사만이 수익 창출이란 꿈에 한 발짝 다가서는 지름길이란 것이다. 이석훈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공모가격이 크게 치솟은 뒤 상장 첫날 시초가마저 오르자 차익실현에 눈 먼 기관들이 대규모 매도물량을 쏟아내 개인 투자자들이 손실을 보는 경우가 많았다"면서도 "반면 투자할 신규 상장사에 대한 제대로 된 조사와 분석은 물론 장기적인 안목도 없이 접근한 개인 투자자들에게도 어느 정도 책임은 있다"고 지적했다. ◇재무제표 분석은 투자의 '기본'=전문가들은 가장 우선적으로 체크해야 할 부문으로 증권신고서상의 재무제표를 꼽았다. 재무제표가 기업의 실적은 물론 자산과 부채 등 가장 기본적인 부분인 기업의 안정성을 보여준다는 면에서 이를 반드시 분석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성동 신한금융투자 명품PB강남센터 센터장은 "투자 전 해당 기업이 어느 정도의 자산과 부채를 가지고 있는지 또 지난 몇 년간 어떤 실적을 나타냈는지 확인하는 작업은 기본"이라면서 "상장 전 기업들이 금융감독원에 제출하는 증권신고서의 재무제표를 꼼꼼히 뜯어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테마에 편입되어 있는가와 어떤 산업군에 속해 있는지도 체크해야 할 필수 요소다. 테마의 흥망성쇄에 따라 새내기주의 희비가 엇갈릴 수 있고, 업황에 따라 산업군 내 종목들 주가가 등락을 거듭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예를들어 녹색테마가 주를 이루는 상황에서는 해당 테마에 속한 새내기주가 주가에 탄력을 받을 수 있는 반면 테마에 속하지 못한 신규 상장사는 상대적으로 소외될 수 있다는 얘기다. 또 화학주가 치솟고 건설주가 부진을 면치 못하는 상황에서는 화학 관련 새내기주가 건설업계에 속한 신규 상장사보다 한 단계 높은 주가 흐름을 보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지난 2월 21일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현대위아의 주가 흐름에서도 드러난다. 당시자동차산업이 사상 유례없는 호황을 구가하며 관련 주가도 강한 상승추세를 이어가자 현대위아의 공모주 청약에 5조원 이상이 유입됐다. 특히 공모가인 6만5,000원을 웃도는 7만6,500원에 거래를 시작한 뒤 지금까지 상승추세가 유지되고 있다. 27일 종가는 13만원으로 공모주 청약에 참여했을 경우, 4개월도 채 되지 않은 기간에 100% 이상의 수익을 올렸다. 조광재 우리투자증권 IB본부 IPO팀 이사는 "아무리 우량기업도 속한 산업군의 업황이 좋지 않을 경우, 주가에 탄력을 받기는 쉽지 않다"면서 "업계 내 경쟁 관계에서도 타기업에 비해 우위를 차지하는 부문은 무엇인지 또 이로 인해 지속적인 성장이 가능한지도 반드시 미리 조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웅겸 하나대투증권 ECM실 부장은 "투자자들이 IPO기업에 투자하기 전 체크해야 할 요소는 한 두 가지가 아니다"며 "재무제표는 물론 투자위험요소, 공모자금의 활용부문 등을 두루 살펴보는 신중한 접근이 수익이라는 달콤한 열매를 맺게 해 준다"고 말했다. ◇중ㆍ장기적 잠재 매도물량도 예의주시=이외에도 증권신고서상에서 보통주로 전환될 전환우선주는 없는지 또 벤처투자회사 등 사전 보유 기관의 보호예수 기간은 언제까지 인지도 투자 전 확인해야 할 요소 중 하나로 꼽혔다. 상장 전에 벤처투자회사 등 기관투자자에 전환우선주를 발행하거나 미리 지분을 매도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대량의 전환우선주가 보통주로 전환되거나 보호예수가 끝난 벤처투자회사 주식이 장내에서 출회될 경우 새내기주 주가가 추락할 수 있기 때문에 사전에 반드시 알아둬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아이씨케이(구 아이씨케이코리아)의 경우, 지난 해 10월 22일 전환상환우선주 13만5,843주가 보통주 47만4,190주로 전환청구됐다고 공시한 뒤 주가가 내림세를 면치 못했다. 상장 첫날 시초가가 높게 정해지고, 오름세를 보이며 4,750원까지 치솟았던 주가는 현재 2,000원대로 내렸다. 2009년 코스닥시장에 상장된 한 코스닥시장 상장사 주식업무 담당자는 "전환우선주를 보통주로 변경한다는 공시가 있은 뒤 얼마 안돼 장내에서 대량으로 출회되는 사례가 많다"면서 "이는 곧 주가 하락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또 다른 코스닥시장 주식 담당자는 지난해 상장한 B사를 예로 들어"상장 6개월 뒤 벤처투자회사가 보유 주식의 보호예수기간이 끝나자 B사 주식을 대량으로 매도한 적이 있다"면서 "대규모 매도 물량으로 B사의 주가는 한동안 공모가를 밑돌았다"고 설명했다. 보호예수기간이 지난 대량의 물량이 장내에서 매도돼 주가가 큰 폭으로 주저 앉았다는 얘기다. 주가 급락에 실망한 투자자들도 덩달아 주식을 팔자 B사가 한동안 부진의 늪에서 헤어나오질 못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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