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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에다 버리는 돈(사설)
입력1997-10-11 00:00:00
수정
1997.10.11 00:00:00
교통체증으로 인한 경제적 손실은 이루헤아릴 수가 없다. 시간과 연료낭비는 물론이려니와 이에 따른 물류비 증가 등은 원가에 고스란히 얹혀져 시민생활의 가계를 압박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자동차에서 내뿜는 배기가스는 대기 오염의 주범격으로 등장한지 이미 오래다.국회 내무위원회에 제출된 국정감사 자료는 교통체증으로인한 경제손실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심각한 것으로 나타나 충격을 준다. 지난 1년간 서울을 비롯, 부산·대구·인천·광주·대전 등 6대 도시의 교통혼잡비용이 무려 7조3천억원에 달했다는 것이다. 이 가운데 서울시는 3조4천7백억원으로 6대 도시총액의 거의 절반을 차지했다. 이는 또 지난해 서울시 재정규모 8조6천억원의 40.32%에 달하는 엄청난 액수다.
교통체증의 원인은 급증하는 차량에 비해 낮은 도로율, 대중교통수단의 미흡 등이 꼽힌다. 특히 서울의 경우 대중교통수단의 미흡이 체증을 부채질하고 있다. 서울의 하루 교통인구는 2천8백만명에 달한다. 수송분담률은 버스가 34.9%, 지하철이 34.1%, 택시 17%, 자가용 14%다. 우리나라는 아직도 버스가 「시민의 발」인 셈이다. 해결책은 지하철밖에 없다. 선진 대도시의 경우 지하철의 분담률은 60%를 넘는다.
서울이 선진국 수준에 이르기 위해서는 2기 지하철인 5·6·7·8호선이 완전 개통돼야 가능하다. 아직 미개통 구간인 6·7·8호선은 구간마다 님비(NIMBY)현상으로 공사에 들어가지도 못한 곳이 많다. 예상보다 2년이상 늦어지리라는 전망이다. 교통혼잡이 계속되리라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서울시는 교통난 완화를 위해 공영버스제 도입을 서두르고 있다. 시내버스업계가 경영난으로 증차가 어렵기 때문이다. 우선 연말께 70∼1백대 규모의 공영버스제를 시범실시, 내년 하반기까지 3백대 규모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대체수단으로 해볼만한 시도다.
우리나라는 지난 7월중 자동차 1천만대를 돌파했다. 오는 2002년에는 1천5백만대, 2009년에는 2천만대를 넘어서리라는 예측이다. 전국이 자동차 주차장이 되지나 않을까 우려된다. 자동차가 애물단지가 되기 전에 근본대책이 나와야 한다. 자동차가 시민생활의 공적이 돼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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