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의 골이 깊어지고 국민의 지갑도 얄팍해지면서 곳곳에서 고객을 잡기 위한 세일 전쟁이 한창이다.
이전의 세일이 손님을 끌기 위한 달콤한 유인책이었다면 지금은 불황에서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이다. 좌판을 깔았지만 손님이 모이지 않다 보니 가격을 깎아주는 극약처방을 쓰고 있는 형국이다.
주식시장 상장을 준비하는 예비기업들은 공모가격을 세일하고 있다. 몇 년 전만 하더라도 공모주 청약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여겨졌지만 올해는 푸대접이다. 올 들어 지난 5월까지 코스닥 공모금액은 1,015억 원에 그쳤는데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의 6,577억원보다 85%나 급감한 것이다. 그만큼 기업공개(IPO)시장이 활기를 잃었다는 얘기다. 높은 이자비용 때문에 채권 발행과 은행 대출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들은 눈물을 머금고 공모가격을 낮추며 IPO를 할 수밖에 없다. 다음달 청약 예정인 M사의 경우 공모희망가격(밴드)을 예비심사신청 당시보다 17%가량 낮췄다.
내수침체의 직격탄을 맞고 있는 대형 유통업체들은 더욱 절박하다. 롯데ㆍ현대ㆍ신세계 등 주요 백화점들은 휘몰아치는 불황파고를 넘기 위해 사상 최장인 38일간의 세일을 단행한다. 22일부터 브랜드 세일에 들어간 데 이어 오는 29일부터는 한달 동안 여름 정기세일에 나선다. 통상 17일 정도인 점을 감안하면 세일기간이 2배나 늘어난 셈. 세일기간이 길어지면 '땡처리하는 것 아니냐'는 따가운 눈총을 받아야 하고 이미지도 타격이 불가피하지만 생존을 위해서는 대안이 없다.
자동차업계도 파격적인 할인조건을 내걸었다. 현대차는 지난달 70만원이었던 쏘나타 하이브리드 할인폭을 이달 들어 170만원으로 늘렸고 구형 싼타페는 300만원까지 할인하고 있다.
수렁에 빠져 있는 건설업계도 분양가 세일을 통해 탈출을 모색하지만 버거운 모습이다. 서울과 수도권의 아파트 가격은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었던 2007년 하반기 수준이다. 분양가를 떨어뜨리지 않고서는 생존자체가 힘들다. 가격인하에 인색했던 유명 브랜드 단지와 인기 주거지역도 분양가 세일에 가세해 분양가가 주변 시세보다 싼 곳이 속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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