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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감청 주장의 허실

필자가 30년 넘게 민주화 투쟁을 해오면서 도청 때문에 고통을 당한 기억들은 한 두가지가 아니다.1973년, 김대중 납치사건이 발생하기 몇 달전 도청 때문에 당했던 고문에 대한 기억은 아직도 생생하다. 당시는 김대중(金大中) 선생에 관한 기사가 한 줄이라도 실린 외신보도는 중앙정보부에 의해 모두 불온문서취급을 받았던 시절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와 한화갑(韓和甲) 동지는 평소 알고 지내던 외신기자를 통해 몰래 구해온 신문을 돌려보았다. 신문을 구해 보았던 다음날, 나는 출근길 집앞에서 정보부 요원들에 의해 아지트로 끌려갔다. 그들은 무조건 때리고 고문을 가하면서 불온문서(?)의 출처를 캐물었다. 그들은 이미 우리가 신문을 보면서 했던 모든 말들을 도청을 통해 소상히 알고 있었던 것이었다. 모진 추궁에도 끝내 출처를 밝히지 않고 몸만 상한채 풀려났지만 이후 나는 『독재정권이 항상 우리를 감시하고 있다』는 긴장감을 풀지 못하고 매사에 입조심을 해야 했다. 뿐만 아니라 정보기관이 동교동에 맞붙어 있는 주택에 안가를 설치하고 도청·감청과 감시를 해 국회차원의 진상조사까지 벌렸던 것도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최근 야당과 일부 언론에서 도청·감청문제를 제기하는 것을 보며 필자는 새삼 그때의 기억을 떠올릴 수 밖에 없었다. 국민의 정부는 엄혹한 군사독재 치하에서 그 누구보다도 도청과 우편검열 등으로 말로 다할 수 없는 피해를 보았던 인사들이 많기 때문에 통신의 자유를 보장하는 것이야말로 민주주의의 기본요체임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야당에서 주장하는 바와 달리 국민의 정부가 출범한 98년 이래 감청횟수는 확연히 줄었으며 99년 상반기에도 지난해 같은 시기에 비해 41.3%나 감소했다. 긴급감청의 경우도 올 6월말 현재 150건으로 작년 동기간 대비 76.5%나 줄어들었다. 이는 인권을 최우선적인 이념으로 내세우는 국민의 정부로서는 당연한 결과라 할 수 있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야당이 국민의 정부하에서 감청 및 검열이 급증해 마치 전국민이 감시를 당하고 있는 것처럼 호도하는 것은 근거없는 정치공세일 뿐이다. 지금 시점에서 필요한 것은 정략적인 음모보다는 국민들이 자유로운 사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헌법에 보장된 개인의 자유를 만끽하고 통신을 통한 피해가 없도록 여야가 힘을 모아 법적·제도적 장치를 만드는 일이다. 현 정부에서 이뤄지는 모든 감청 등은 중대범죄를 억제하고 국가적 안전과 평화를 보장하기 위한 것일 뿐이라는 사실을 다시한번 강조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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