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행은 지난해 어느 은행보다 새해가 빨리 시작되기를 바랐다. 이제는 익숙한 뉴스가 돼버린 각종 사건·사고로 국민은행은 날개 없는 추락을 거듭했다. 그런 면에서 2014년은 이건호(사진) 국민은행장에게 있어 자신만의 색채를 드러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특히 이 행장이 야심 차게 준비한 '스토리금융'은 전 시중은행이 주목하는 새로운 실험이다. 스토리금융은 성과평가에 영업과정을 도입하겠다는 것으로 기존 숫자로 대변되는 성과주의를 벗어나자는 이 행장만의 핵심 영업전략이다.
이 행장은 서울경제신문과의 신년인터뷰에서 "지금까지 은행원의 성과를 평가할 때 얼마나 고객을 알려고 했는지 여부는 고려대상이 아니었는데 오히려 이러한 부분을 적극 반영하겠다는 것"이라며 "과거처럼 영업실적이 나쁘다고 해서 직원이 퇴출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행장은 이어 "스토리금융을 실천하기 위해 국민은행은 완전히 새로운 평가시스템을 도입했고 이에 따라 성과지표(KPI)라는 용어 자체를 없앴다"며 "실적이 좋지 않더라도 고객관리에 최선을 다했다면 그 직원은 끝까지 은행과 함께 가게 된다"고 설명했다.
국민은행의 최대약점으로 지적되는 글로벌사업 부문과 관련해서는 조직구조 개편이 시행될 것임을 예고했다. 이 행장은 같은 줄기에서 해외주재원이라는 자리가 과거처럼 논공행상의 대가로 주어지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행장은 "그동안 글로벌사업은 해외업무를 관장하는 1개 부서가 전담해왔는데 결과적으로 해외진출 지역마다 따로따로 굴러가는 한계로 이어졌다"며 "앞으로는 좀 더 큰 본부부서에서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하는 형태로 해외사업을 전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아직 최종결론이 나오지는 않았지만 새로운 본부부서를 만드는 식은 아니다"라며 "앞으로 직원들은 해외주재원이란 '고생을 해야 하는 자리'라는 사실을 기억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은행산업 전망과 관련해서는 다소 비관적인 견해를 드러냈다.
이 행장은 "은행산업은 전반적인 경제상황과 같이 가는데 이 때문에 일부에서는 올해가 지난해보다 나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게 나온다"면서 "그러나 중요한 건 지난해보다 나아진다는 것이 아니라 마진축소 트렌드가 계속될 것이란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이 행장은 이어 "욕심 부리지 않고 간다는 것이 국민은행의 기본 방침"이라며 "올해도 리스크 관리는 제일 기본적인 가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