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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진단] 안전 대책 없이 산단 입주 문턱만 낮춰… 제2 불산사태 우려

■사고위험 불안에 떠는 산업단지<br>"산업 융·복합 트렌드 반영하자"<br>위험물질 제조사 제재안 없이 입주 규제 완화 법안 입법예고<br>"기업 편의성 제고도 중요하지만 재발방지 방안 마련 우선돼야"

9월27일 경북 구미국가산업단지에서 불산 가스 누출사고를 낸 휴브글로벌 사업장. 기업^주민의 피해가 심각한 가운데 정부가 변변한 안전대책 없이 산업단지 내 입주규제를 대폭 완화할 방침으로 알려져 제2의 불산 사태가 우려된다.

구미에서 불산가스 유출 사태로 산업단지 안전 대책 재정비가 시급한 가운데 입주 규제를 대폭 완화하는 개정 법안이 대기 중이어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2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식경제부는 산단에 입주 가능한 여러 업종 가운데 하나에 해당되면 기업이 어느 구역에라도 자유롭게 들어올 수 있도록 한 '산업 집적 활성화 및 공장 설립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안을 8월7일 입법예고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새로 손질된 '업종 집적 계획'은 같은 구역 내 업종별 통합 배치를 허용하고 산단관리 위탁기관으로 기존 한국산업단지공단 외 중소기업협동조합을 추가하는 등 기업 편의성을 크게 높였다. 또 산단 전체에서 허용하는 업종과 연관되면 분양업체 입주 변경 및 매매를 통한 기업 교체가 훨씬 자유로워진다.

이 같은 개정 산집법이 나오게 된 배경에는 산업 융ㆍ복합 트렌드를 존중한다는 명목 아래 산단별 입주 가능 업종을 계속 늘리고 같은 구역에 다른 업종이 섞여 입주할 수 있게 하려는 지경부의 의지가 깔려 있다.

그러나 산단마다 입주 가능 업종을 잇따라 확장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개정안에는 위험물질 제조사에 대한 제재 방안이 포함돼 있지 않아 산단 업체가 불안해하고 있다. 실제 산업계 안팎에서는 정부가 별다른 안전판 없이 산단 입주 장벽만 낮춰 제2의 불산 사태가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이에 따라 입주 기업의 편의성을 높인다는 측면에서 정부의 잇따른 산단 입주 장벽 완화 조치를 어느 정도 이해하지만 불산 사태 재발 방지를 위한 안전 대책을 마련하는 게 우선이라는 지적이 많다.

한 중소기업 관계자는 "불산 사태로 산단 관리가 제대로 안 되면 엄청난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 증명된 만큼 정부가 구미 4단지뿐만이 아니라 산단을 전반적으로 재정비해야 한다"며 "이번에도 '급한 불부터 끄기' 식 대책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고 꼬집었다.

이미 산단 입주 규제는 상당 부분 유명무실화됐다. 현재 각 산단은 유치 가능 업종별로 규제를 하고 있지만 그동안 꾸준한 업종 확장으로 사실상 진입 장벽이 크게 낮아졌다.



불산가스 유출 사태가 발생한 구미 4단지만 해도 2000년까지는 기계ㆍ장비, 전자기계 등 유치 업종이 4개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담배ㆍ화학ㆍ섬유ㆍ목재ㆍ음식료ㆍ유리ㆍ가구ㆍ펄프 등 11개 업종이 추가돼 사실상 웬만한 업종은 모두 들어올 수 있는 구조가 됐다. 문제가 된 휴브글로벌도 기타 기초무기화학물질 제조업으로 분류돼 입주에 아무 문제가 없었다. 또 한 업체가 여러 생산품을 제조하는 경우 대표 생산품만 입주 업종에 해당되면 위험물질을 일부 제조한다 해도 충분히 입주할 수 있다.

산단공의 한 관계자는 "산단관리계획은 관련 업종을 '유도'하겠다는 명목 외에 사실상 실효성이 사라졌다"며 "분양 이후부터는 업체의 자유가 강조돼 산단 계획대로 기업활동을 통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업계에서는 첫 입주 때뿐 아니라 한번 분양된 업체의 업종변경ㆍ공장매매 등이 발생할 때도 관리기관의 강제성을 더욱 높여 안전 장벽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현재 한번 분양된 산단 부지는 해당 업체의 재산으로 인식돼 산단공은 그들의 거래 대부분을 '노터치'하는 상황이다. 특히 6월 말 기준으로 전국 산단 분양률이 95.9%에 달해 대부분의 부지가 통제 범위에서 벗어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또 다른 사고 발생 가능성은 어느 산단에서나 높다는 지적이다.

산단공 관계자는 "그나마 입주, 공장 확장시에는 산단공에서 어느 정도 통제할 수 있지만 한번 분양된 뒤에는 업체의 재산권 문제 때문에 공장 거래 등에 대해 크게 개입한 적이 거의 없었다"고 전했다.

정부는 이 같은 지적이 일자 뒤늦게 대책 마련에 나섰다. 지경부의 한 관계자는 "개정 법안 입법예고 당시에는 이러한 사고까지 예측하지 못한 것이 사실"이라며 "기업활동 관련 규제는 완화하되 안전 규제는 강화해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지경부는 일단 산단공ㆍ중기협동조합 등 산단 관리기관과 지역 주민 등이 함께 참여하는 입주 기업 안전 심사기관이나 위원회 등을 만드는 방안을 초기 단계에서 논의하고 있다. 이를 어느 정도 강제사항으로 둘지는 아직 확정하지 못했다. 지경부 관계자는 "안전 심사기관이나 위원회 등을 따로 둬 안전 규제 장벽을 높일 방침"이라며 "아직 구체적인 논의 단계에는 이르지 못했고 개정안에 이 같은 사항을 넣어 강제하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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