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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칼럼] 日, 알을 깨고 나오는 고통

"일본은 이제 끝났다"라고 선언하는 것은 아직 이른 감이 있다. 그러나 일본이 어려운 국면에 있는 것만은 틀림없는 사실이다.미국을 비롯한 우방국들이 진심어린 충고를 해왔음에도 불구하고 일본은 그 어떤 말도 듣지 않는 듯 하다. 또 최근 경제 지표들은 일본이 10년 넘게 지속된 불황을 극복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일본인들 조차도 아직 경제가 회복국면에 접어 든 것으로 보고 있지 않다. 많은 사람들은 일본 경제의 경직성을 경기 침체의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집단주의ㆍ종신고용제ㆍ권위에 대한 무조건적 복종이라는 전통이 문제의 근원이며, 이를 고치지 않을 경우 희망이 없다는 얘기다. 일본 경제의 퇴보를 좌초한 이 같은 전통은 단순히 경제적인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이는 사회적 문제이며, 일본 경제의 경직성은 이 같은 사회적 문제의 한 표출 형태인 것이다. 따라서 사회가 변화기 전까지 경기침체는 극복하기 어렵다는 게 관련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샌프란시스코 주립대학의 사회심리학자인 데이비드 마츠모토 교수가 규정한 '새로운 일본(New Japan)'은 이와 관련 최근 주목받고 있다. 그는 세계 2위의 경제대국 일본이 새로운 문화적인 변화를 겪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에 따르면 일본은 지금 기성세대와 신세대간에 가치관의 갈등을 겪고 있다. 구세대는 위에서 언급된 전통적인 가치에 대한 보존을 주장하고 있는 반면 신세대는 이에 대한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마츠모토 교수는 "조용하며, 집단적인 일본의 과거 문화는 더 이상 젊은 세대로부터 지지를 받고 있지 못하고 있다"면서 "일본 내에는 이에 따라 상이한 문화가 존재하고 있다"고 전했다. 오늘의 일본이 겪고 있는 이 같은 갈등은 과거의 세대간 갈등과는 크게 차이가 있다. 이는 거대한 지진이 일어나기 바로 직전 집의 창문이 흔들리는 것과 같은 대 변혁의 전조(前兆)인 것이다. 이 갈등의 한편에는 과거를 대표하는 집단주의가 있고 다른 한편에는 현재를 대변하는 개인주의가 있다. 과연 일본이라는 사회가 이 같은 문화적 충돌을 견뎌낼 수 있을까. 마츠모토 교수는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느냐가 경제 뿐만 아니라 일본의 미래를 결정하는 중요한 관건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이 문제는 개인의 다양성을 인정하는 사회적 혁명을 통해 달성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를 통해 일본은 집단성을 유지한 가운데 각 개인의 자율성을 좀더 많이 인정하는 사회로 발전해야 할 것으로 지적하고 있다. 미국식 개인주의와 일본식 집단주의를 조화함으로써 '개인화된 집단주의(Individualized Collectivism)'라는 새로운 사회문화 양태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결코 쉽게 달성될 수 없다. 우선 교육 시스템의 개혁이 필요하다. 창조성을 키워주기 보다는 선생님의 지식을 학생들에게 단순히 전달하는 주입식 교육이 변화해야 한다. 이와 함께 경영자는 근로자와의 관계를 임금과 노동을 매개로 한 단순한 '사회적 계약'이며, 근로자의 취향은 다양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특히 글로벌 기업들은 기업 문화 바꾸기에 앞장서야 할 것이다. 만일 집단주의와 개인주의가 서로를 인정하지 않으면서 갈등을 키워갈 경우 일본은 엄청난 사회적 혼란에 빠질 수 있다. 두 개의 일본이 서로 상대방을 헐뜯고 싸우다 결국 생존에 실패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한국을 비롯한 다른 아시아 국가에게 이는 결코 바람직한 시나리오가 아니다. 일본이라는 거대한 배가 침몰할 경우 아시아 국가들은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분명 일본은 이해하기 어려운 나라이지만 애정을 갖고 본다면 이해가 불가능한 국가도 아니다. 아시아인들은 따라서 퇴보하는 듯 보이는 일본에 대해 냉소적인 시선을 보내기 보다는 현재의 어려움을 깨고 새롭게 태어나기를 이해와 인내심을 갖고 지켜봐야 할 것이다. 일본은 분명 알을 깨고 태어나는 새로운 생명체처럼 과거의 족쇄를 극복하고 새로운 모습으로 거듭날 것이다. /톰 플레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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