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급락에 해양플랜트 씨 말라… 세계 선박발주량 6년만에 최저
막대한 손실에 구조조정까지
어수선한 분위기에 선주들 외면… 이와중에 공동파업까지 '삼중고'
세계 경기 침체로 수주 가뭄이 이어지는 가운데 한국은 중국과 일본보다도 뒤처지며 세계 3대 조선국 가운데 꼴찌로 다시 밀려난 것으로 나타났다. 막대한 해양플랜트 손실로 뼈아픈 구조조정을 진행 중인 한국 조선 업계는 최근 수주 부진이 몰고 올 앞으로의 일감 부족까지 걱정할 상황에 놓였다.
여기에 각 조선사 노동조합은 오는 9일 공동 파업을 결의하는 등 조선 업계는 안팎으로, 현재를 넘어 미래까지 이중·삼중의 고통에 직면하게 됐다.
3일 국제 조선·해운 시황 분석기관인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지난 8월 전 세계 선박 발주량은 39척, 101만4,000CGT(표준화물선환산톤수)로 7월보다 64%, 지난해 8월보다 61% 급감했다. 척수 기준으로는 2009년 5월(18척), CGT 기준으로는 2009년 9월(77만1,000CGT) 이후 6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세계 금융위기 당시와 맞먹는다.
세계 3대 조선 강국으로 꼽히는 한국과 중국·일본 모두 불황의 늪에 빠진 가운데 최근에는 한국의 약세가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지난달 한국 선박 수주량은 6척 14만9,000CGT로 세계시장 점유율 14.7%를 기록해 한중일 가운데 꼴찌에 섰다. 한국이 3개국 가운데 가장 뒤처진 것은 지난해 9월 이후 근 1년 만이다. 수주량 면에서도 한국은 지난해 4월(34만2,000CGT) 이후 16개월 만에 최저치를 보였다.
국가별 순위에서 한국은 1월 일본에 1위 자리를 내준 뒤 2~6월 5개월간 1위를 굳게 지켰지만 7월 중국에 밀린 데 이어 8월에는 일본에도 뒤지며 올해 들어 가장 부진한 모습이다.
일본은 지난달 14척, 42만CGT를 수주해 점유율 42%로 단숨에 두 계단을 뛰어올라 7개월 만에 1위를 되찾았다. 주목할 점은 자국 내 탄탄한 수요가 뒷받침한 1위라는 것이다.
일본은 초대형유조선 7척을 포함한 12척 원유운반선과 액화석유가스(LPG) 운반선 2척 등 14척 모두 일본 내 해운사가 발주했다. 엔저 정책으로 일본 경기가 살아나면서 선박 수요도 함께 증가한 것으로 분석된다. 중국은 15척, 40만7,000CGT를 수주해 점유율 40.1%를 보였다.
한국의 최근 수주 부진은 세계 경기 침체 여파도 있지만 지난 분기 해양플랜트 부실로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이 각각 3조원, 1조5,000억원대 영업손실을 기록한 뒤 전격적인 구조조정에 나서면서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 선주들이 주문을 미룬 영향도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일찌감치 구조조정을 마친 현대중공업과 달리 대우조선은 1일부로 조직 수를 30% 줄였고 부장급 이상에 대한 희망퇴직을 진행 중이다. 삼성중공업도 부실에 대한 책임을 물어 일부 임원을 해임하고 추가 인적 쇄신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국제유가 급락으로 해양플랜트 물량이 씨가 마른 상황에서 상선 발주마저 자취를 감추자 국내 조선 업계에는 2~3년 뒤 일감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현재 각사 수주 잔고를 고려할 때 당장 작업을 멈추는 일은 없겠지만 불황이 이어지면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국내 9개 조선소 노조로 구성된 조선업종노조연대는 9일 공동파업을 강행할 예정이어서 조선업체에 부담을 주고 있다. 이번 파업에는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등이 참가할 예정으로 각 사업장 내 부분 파업 형식으로 진행된다. 한진중공업과 STX조선해양은 불참을 선언했고 삼성중공업은 유보적인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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