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가 인정한 거장의 향취일까. 아니면 그 스스로 '단추풀고' 만들었다고 표현할 만큼 부담감이 적은 영화였기 때문일까. 새 영화 '싸이보그지만 괜찮아'의 공개를 앞두고 삼청동에서 만난 박찬욱 감독은 여유가 넘쳤다. 특유의 과장하지 않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자신의 새 영화를 설명한다. "원래 단편 만드는 기분으로 스타도 쓰지 않고 빨리 빨리찍으려고 했던 영화였는데 어쩌다 보니 영화가 더 커져 버렸습니다." 이렇게 그는이 영화가 자신의 과거 작품들과는 궤를 달리 한다는 점부터 명확히 했다. '피와 복수의 거장'으로 불리던 박찬욱 감독의 로맨틱 코미디. 게다가 그의 영화답지 않게 '12세 이상 관람가'라는 낮은 등급까지 받았다. 확실히 전작들과는 무언가 다른 영화라는 감을 준다. 그는 무엇보다도 '싸이보그지만 괜찮아'가 어두운 느낌의 전작들과는 다른 '밝은 영화'라는 것을 강조했다. "과거 영화처럼 어두웠던 화면은 한 장면도 없을 겁니다. 전체적으로 뽀얗고 화사한 화면으로만 채워졌죠." 그런 화면 속에 보편적으로 누구나 공감할 만한 사랑이야기를 담았다는 것이 박감독의 말이다. '싸이보그지만 괜찮아'는자신이 사이보그라고 믿는 소녀 영군(임수정)과이런 영군을 조건없이 아껴주는 소년 일순(정지훈)이 정신병원을 무대로 예쁜 사랑을 하는 로맨틱 코미디." 상대방의 결함, 상처, 아픈 기억을 인정하는 것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우리들은 흔히 정신병자들을 치료해야 할 대상으로 바라보잖아요. 이 영화 속 정신병자들은 상대방의 다른 접근방식을서로 인정해줍니다." 이런 인류애적인 이야기를 두 남녀의 사랑이라는 보편적 주제 속에 녹여냈다. 박감독은 영화가 영화가 어린 사람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영화일 것이라며 순수한 사람들을 위한 영화임을 강조했다. "할리우드에서 영화제안은 많이 받는데 아직까지는 내키는 작품을 못 만났네요. 재미있는 작품이라면 액션만 제외하고 드라마, 뮤지컬등어느 장르라도 좋습니다" 자신의 영화적 욕심도 숨김없이 밝히는 박감독은 '싸이보그가 괜찮아' 개봉 이후에는 '어둡고 비정한 느낌의 흡혈귀영화'라는 차기작 '박쥐' 준비에 들어간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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