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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골프] 김용헌 동화골프硏 대표
입력2004-02-22 00:00:00
수정
2004.02.22 00:00:00
김진영 기자
지난해 가을 수도권에 소재한 어느 골프장에서 있었던 사실을 고백하려고 한다.
이야기에 앞서 우선 골프장 운영자에게 용서를 바라며 나의 제안을 진지하게 검토해 주었으면 하고 부탁한다.
고교 동창 4명이 부부동반으로 오후 라운드를 마치고, 골프장 내 예약된 숙소에서 저녁 식사를 하면서 골프에 대한 얘기 꽃을 피우고 있었다. 밤이 깊어 갈 무렵 거실 유리창을 통해 보이는 보름달과 코스의 전경은 그야말로 환상이었다.
평소 기회 있을 때마다 골프장 관계자들에게 수없이 얘기했던 달밤 코스 산책이 떠올라 아내와 함께 낮에 걸었던 코스를 1홀 페어웨이(그린, 티, 벙커 출입은 하지 않았음)부터 다시 걸으며 얘기를 시작했다.
연애시절, 결혼생활, 아이들 문제 등 지나온 세월 속에 가슴속에 간직하고 있었던 추억과 현실들을 하나 둘씩 풀어가며 대화하는 가운데 전반 9홀을 돌았으며, 후반 홀부터 아내와 나는 앞으로의 생활에 대한 계획과 우리 가족의 새로운 도전 목표에 대한 얘기 속에 108번뇌의 인생살이 자체가 18홀 골프와 흡사하다는 생각과 함께 아내와 손을 꼭 잡고 한참 동안 보름달을 쳐다보았다.
아내는 요즘도 가끔씩 골프장 달빛 산책을 하고 싶다는 얘기를 한다.
지난해부터 골프장에 숙박시설(골프텔)이 허용되고 있어 참 다행스러운 일이라 생각한다.
더불어 국내 골프장들이 지역주민 및 청소년들과 함께할 수 있는 문화의 장이 될 수 있도록 좀 더 다양한 방면의 서비스 제공을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 일환으로 골프장의 여건이 허락된다면 보름달이 휘영청한 매월 음력 15일 부부(가족) 초청 달빛 산책 라운드를 시작하는 것은 어떨까 싶다. 제주도에 있는 골프장부터 세계 최초로 해외 관광객을 상대로 한 골프장 달빛 산책 관광코스를 제공할 수 있다면 골프의 스코어를 줄여 나가듯이 인간관계의 오해와 불신의 스코어를 줄여가고, 신뢰와 사랑의 지수를 높여갈 수 있어 우리 사회는 좀 더 아름답고 풍요로워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김진영기자 eaglek@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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