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존자원이 많지 않은 우리나라가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지려면 새로운 정보기술(IT)과 관련한 핵심원천 기술을 확보하고 이를 세계 시장에서 표준화시키는 것이 중요합니다." 최문기(57ㆍ사진)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원장은 "우리나라의 IT산업 기술경쟁력은 세계 상위권이지만 앞으로 시장을 선도할 미래유망 기술 측면에서는 선진국 대비 70% 수준에 불과하다"며 "최근 IT 유망 기술개발에 다소 소홀한 감이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영국의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발표한 2008년 IT산업 경쟁력 평가에서 우리나라는 2007년보다 5계단이나 하락한 8위를 기록하는 등 이상징후가 나타나고 있다. 최 원장은 또 "우리나라 IT산업의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국제표준을 선점하는 것도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과거에는 정부가 앞장서 기술을 개발하고 국제표준화를 한 뒤 기업이 시장을 개척하는 일련의 과정을 거쳤지만 시장이 다변화되고 기술경쟁이 가속화되는 시대에는 기술개발, 표준화, 그리고 시장개척 활동이 동시 다발적으로 진행돼야 국제표준 선점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서는 기술개발 아이템 선정과 기술개발 기간 단축, 표준화 활동, 시장개척을 동시에 진행시킬 수 있는 민관합동체계가 마련돼야 한다는 것이 최 원장의 생각이다. 최 원장은 "지금까지 산업군별 연구개발(R&D) 전략을 마련했다면 이제는 산업 간 전략, 공공과 민간 간 연계전략,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윈윈하는 개방형 전략이 필요하다"면서 "중견기업이 취약한 우리나라의 R&D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정부출연 연구기관과 중견기업과의 공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와 함께 "우리는 이미 인터넷TV(IPTV) 분야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췄지만 방송-통신업계 간 영역 문제로 서비스 도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우리나라 IT산업의 경쟁력을 높이려면 무엇보다도 법과 제도적인 정비가 선행돼야 한다"고 밝혔다. 최 원장은 "세계적 메가트렌드가 형성될 것으로 예상되는 분야에서는 신속한 의사결정이 중요하다"면서 "특히 앞으로 빠른 속도로 진행될 IT 컨버전스 시대를 맞아 관련 산업의 기반을 마련해줘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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