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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수필] 어떤 무대의 앙상블

孫光植(언론인)고등학교 시절 유치진선생의 「사육신」이란 연극에서 세조역을 맡은 적이 있었다. 내용중 왕위를 찬탈하고 나서 성삼문 등을 친국하는 장면이 있다. 살기등등한 세조는 눈을 부라리며 역신들을 몰아세운다. 『네놈들이 감히 나를 죽이려 했다구?!』하고 일갈을 한다. 그러면 성삼문 역을 맡았던 장난 좋아하는 오현경씨(현 TV탤런트)는 혀를 낼름 내민다. 자연히 연습장은 웃음 바다가 되고 만다. 연출지도를 해 주시던 김동원선생은 눈감아 주시곤 했지만 배우들의 호흡이 이완되고 좀 지나쳤다 싶을 때는 「앙상블 론」을 펼치신다. 상대 배우의 대사와 연기를 제대로 받아 주어야 연극 무대는 살아난다는 말씀이다. 두 배우의 호흡이 바로 앙상블이다. 앙상블은 확대해서 보면 배우와 관객의 관계에서도 있을 수 있다. 열심히 눈물을 흘리며 연기를 하는데 웃음소리가 나면 연극은 쫑을 친거나 다름이 없다. 물론 책임은 울어야 할 때 관객을 웃긴 배우의 잘못일 터이다. 손숙씨는 명배우라기 보다는 대배우다. 김동원 이해랑 장민호씨를 독립 이후의 1세대 대배우라고 하면 2세대의 대표 그룹 가운데 한 사람이다. 아마 연극을 같이하는 상대역 후배가 아무리 연습중이라더라도 감히 혀를 내밀어 앙상블을 깨뜨리지 못하리라 생각이 든다. 연극 배우 출신 김성옥씨와 직업적 앙상블을 이룬 것만 보아도 연극에 대한 열정을 짐작하고 남음이 있다. 모스크바 카탄카 국립극장에 가서 고리키의 「어머니」를 보지는 못했지만 아마도 무대 앙상블은 대단했을 듯 싶다. 감동의 박수와 더불어 2만달러를 손병두 전경련 부회장이 전한 것을 보면 감동지수를 알만도 하다. 곱게 보아주면 감동의 극치일 수 있다. 그런데 이것이 말썽이 났다. 손씨의 실수는 막이 내리고 암전후 다시 불이 들어오고 봉투를 든 재계 인사들이 무대로 올라 올 때 자신의 배역을 깜빡 잊어버린데 있지 않나 싶다. 아무래도 봉투를 들고 올라오는 재계인사들과 조우하는 장면은 정치적이라면 몰라도 문화적 앙상블은 아닐 것이다. 배우 손숙이 아니라 장관 손숙으로 배역 전환을 기민하게 하지 못한 건 대배우답지 못하다. 그냥 배우라면 몰라도 자질과 판단력이 있다고 보아 장관에까지 발탁된 터이니 말이다. 이 일을 두고 손숙씨가 칼럼을 썼다면 뭐라고 말했을까 「너희들이 감히 나를 죽일려구」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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