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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년 가장 바쁘게 산 사람들] 김우중 전경련회장
입력1998-12-23 00:00:00
수정
1998.12.23 00:00:00
지난 11월15일 김우중(金宇中) 전국경제인연합회장이 「만성 경막하혈종」이라는 병으로 심야에 긴급수술을 받았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재계가 놀란 거야 당연했지만 당시 경제부처 공무원들까지 일제히 『큰일났다』며 당혹스러워했다.재계 수장(首長)으로서 金회장이 차지하는 위상보다 훨씬 큰 관심이 金회장에게 집중됐다. 이유는 분명하다. 그는 빅딜(대규모 사업교환)·워크아웃(기업 개선작업)·재무구조개선약정 등 올 한해를 휩쓴 구조조정 열풍의 한가운데 서 있는, 그래서 없어서는 안될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수술 후 1주일여 만에 그가 공식업무에 복귀, 일에 대한 열정을 과시하면서 우리 경제계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던 것도 마찬가지 이유에서였다.
지난 9월 전경련 회장 직무대행이란 꼬리를 떼고 제24대 전경련 회장에 정식 취임한 이래 金회장은 재계 구조조정의 선봉역할을 자임했다. 지난 7일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주재한 정·재계 간담회에서 극적으로 5대 그룹 구조조정의 기틀을 마련하며 결실을 맺기까지 金회장의 어깨에 지워진 짐은 너무 무거워 보였다.
돌이켜보면 金회장은 대단한 혜안(慧眼)을 지닌 인물이었다. 그는 이 나라가 96년 237억달러, 97년 87억달러의 적자를 내며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으로 국가파산의 위기를 넘기던 순간 『올해 500억달러의 경상수지 흑자를 낼 수 있다』며 정부에 대해 적극적인 지원을 촉구했다. 모두가 허황된 얘기라며 등을 돌렸지만 金회장은 물러서지 않고 「무역흑자를 통한 IMF 탈출론」의 전도사를 자임했다. 잘해야 20억달러 흑자를 낼 것이라며 재계의 욕심일 뿐이라고 깎아내리던 정부는 달마다 흑자목표를 높여야 했고 이제는 흑자규모 400억달러를 당연하게 여기는 상황을 맞았다. 정부가 연초부터 좀더 적극적으로 수출진흥에 나섰더라면 金회장의 얘기대로 500억달러 흑자가 가능했을 것이란 목소리도 들린다.
1년의 절반 이상을 외국에서 보내는 것으로 유명했던 金회장은 올들어 지난달까지 총 144일간 29개국을 방문하는 데 그쳤다. 그만큼 나라 안에서 챙겨야 할 일이 많았다는 얘기다. 올 한해 金회장이 돋보인 이유 중 하나는 한 기업의 문제를 사회라는 큰 틀에서 살피고 최적의 결론을 이끌어낸 데 있다. 그는 『사회안전망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이 나라에서 5대 그룹만이라도 정리해고를 자제하자』고 제안했고 실제로 임금삭감과 복리후생을 축소하는 대신 인위적인 정리해고는 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지켰다. 사회적 갈등을 누그러뜨리는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던 셈이다.
「5대 그룹 구조조정이 IMF 탈출의 열쇠」라며 압박해오는 국내외의 시각을 수용한 金회장은 5대 그룹 총수들과 때를 가리지 않고 만났다. 얽히고설킨 실타래를 하나둘 풀어나가는 재주가 역시 남다르다는 평이 나왔다. 7개 업종 빅딜에 그치지 않고 마침내 대우전자와 삼성자동차의 슈퍼빅딜을 이끌어내는 역량을 발휘한 것도 그였다. 지난 19일 41개에 달하던 대우그룹 계열사를 10개로 축소하는 획기적인 구조조정 계획을 금융권과 합의한 사실도 빼놓을 수 없는 성과였다.
바쁘기로 말한다면, 그리고 이루어놓은 성과의 무게로 말한다면 金회장에 버금가는 인물을 찾기가 쉽지 않은 한해다. 【손동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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